산소 섭취량을 줄이는 '산소 제한'(oxygen restriction)이 포유류에게도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생쥐 실험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 보스턴 하버드의대·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뱀시 K. 무타 교수팀은 24일 과학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노화 모델 생쥐를 정상적인 산소 농도와 낮은 산소 농도 환경에서 사육하는 실험을 통해 산소 제한의 수명 연장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건강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그동안 포유류 실험동물에서 혈당강하제의 하나인 메트포르민 같은 약물이나 먹이 제한 등이 수명을 연장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산소 제한은 효모나 선충류, 초파리 등의 실험에서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포유류에도 같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정상 생쥐보다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노화 모델 생쥐를 한 그룹은 산소 농도 21%의 정상적 환경에서 사육하고 한 그룹은 생후 4주 만에 11%의 낮은 산소 농도 환경으로 옮겨 사육하면서 수명을 비교했다. 산소 농도 11%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있는 고도 5천m와 비슷한 환경이다.
실험 결과 산소 제한 환경에서 사육된 쥐는 정상적인 산소 농도에서 사육된 생쥐보다 약 50%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화와 관련된 신경학적 증상들도 더 늦게 시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소 제한 환경에서 사육된 생쥐들의 수명 중앙값은 23.6주였으나 정상적 산소 농도에서 사육된 생쥐들은 15.7주에 불과했다.
이 실험에 사용된 노화 모델 생쥐는 이전 실험에서 먹이량을 줄이는 식이 제한에 의해서도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연구팀은 산소 제한은 생쥐들의 먹이 섭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저산소증으로 인한 유전자 손상도 없었다면서 산소 제한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로버트 S. 로저스 박사는 먹이 제한이 동물 수명 연장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실험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이 연구는 포유류에서 산소 제한의 수명 연장 효과를 처음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 결과는 산소 제한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연장해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지만 산소 제한의 이점을 더 명확히 하고 작동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