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사진이 확산하며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가짜 사진이 트위터에 한동안 돌았다.
해당 사진에는 언뜻 국방부 청사와 닮은 건물 주변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은 트위터에서 유료 인증을 받은 계정인
'@CBKNews121'에서 오전 8시42분께 처음으로 게시돼 다른 계정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했다.
영문으로 작성되는 러시아의 해외 선전매체인 RT는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 근처에 폭발 보도가 있다"고 오전 10시3분에 트윗했다.
트위터에서 팔로워 65만명을 거느리고 주로 블룸버그 통신의 헤드라인을 트윗하는 경제뉴스 인플루언서까지 사진을 퍼 날랐다. 그는 오전 10시6분께 "펜타곤 단지 근처에 대형 폭발"이라는 글을 올렸다 나중에 삭제했으나 그 사이 리트윗 수백건이 이뤄졌다.
팔로워 160만명을 보유한 월가의 유명 블로거 '제로헤지'도 "펜타곤 근처 폭발"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가 지웠다.
블룸버그 통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블룸버그 피드' 등 가짜뉴스 제조단체들도 사진을 퍼뜨리는 데 가세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불안해진 듯 미국 금융시장은 그 무렵 일시적으로 출렁거렸다.
오전 9시30분에 개장하는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 정도 떨어졌다가 회복했다. 이는 시장에 큰 우려가 돌출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으로 관측됐다.
위기에 투자자들이 피신하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의 가격은 반대로 잠시 상승했다.
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은 오전 10시27분께였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소방서는 "펜타곤이나 그 근처에서 발생한 폭발이나 사건은 아예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동에 다소 황당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조사업체 벨링캣의 조사관인 닉 워터스는 "사진을 두고 허둥지둥한 게 아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사진은 진짜 공간이 아닌 까닭에 진짜 위치를 찾을 수 없고, 워싱턴DC 어느 곳에도 그런 건물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건물 앞의 서로 다른 담장이 변형되고 뒤섞인 흔적도 포착된다.
그러나 AI가 생성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점점 섬세해지고 접근하기 편한 프로그램이 일상에 가할 수 있는 혼란이 이번 사태에서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방부 청사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확산한 뒤에는 백악관에 불이 났다는 가짜 이미지도 돌았다. 국방부 폭발 가짜뉴스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은 건물이 백악관과 전혀 닮지 않아 확산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일론 머스크가 재단장한 트위터는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뉴스의 진원과 매개체 역할을 한 다수 트위터 계정이 머스크의 새 정책에 따라 유료 사용자로 인증을 받은 곳들이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