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대출에 이어 가계대출 연체율까지 크게 뛰어 각 은행에서 '3∼5년 내 최고 수준' 기록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으로 무리하게 집이나 주식에 투자했거나, 자영업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대출까지 끌어 쓴 사람들이 속속 상환 한계를 맞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의 연체율도 치솟는 상황에서 지난해 금리 인상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대출 부실'이 한국 금융·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로 집계됐다.
3월(0.272%)보다 0.032%포인트(p)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 같은 달(0.186%)과 비교하면 0.118%p나 높은 수준이다.
대출 주체별로 나눠보면 가계(0.270%)와 기업(0.328%) 연체율은 한 달 사이 각 0.032%p, 0.034%p 올랐고 1년 새 각 0.116%p, 0.118%p 상승했다.
4월 5대 은행의 신규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부실 대출채권)비율도 일제히 올랐다. 신규 연체율은 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새로운 부실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82%로, 올해 3월과 작년 4월보다 각 0.008%p, 0.04%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0.250%)도 0.008%p, 0.016%p씩 올랐다.
은행권도 예상보다 빠른 연체율 상승 속도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에 이어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 오름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 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의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여기에 최근에는 가계대출 연체까지 늘고 있다"며 "자산가치 하락,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 은행 관계자도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으로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 은행 관계자 역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 등으로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취약 차주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뚜렷하게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