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폭우와 홍수로 사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미국 '록의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18일(현지시간) 피해 지역 인근에서 콘서트를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스프링스틴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주요 도시인 페라라시의 바사니 공원에서 예정대로 콘서트를 시작했다.
스프링스틴은 관객들에게 "챠오(Ciao·이탈리아어로 안녕하세요), 페라라"라고 외친 뒤 첫 곡으로 '노 서렌더(No Surrender·항복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스프링스틴의 페라라 콘서트는 5만석 전석이 매진됐고, 콘서트 시작 30분 전인 오후 7시께 3만7천명이 입장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 16∼17일 에밀리아-로마냐주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지금까지 13명이 사망하고 약 2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나 주최 측은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았다.
스프링스틴의 열혈 팬으로 알려진 방송인 티지아나 페라리오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프링스틴을 좋아하지만, 사망자와 진흙탕에 잠긴 마을을 생각하면 페라라 콘서트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지역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보다는 가서 진흙에 빠진 사람들을 꺼내주고 도와주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불과 몇 ㎞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잃었는데, 5만명의 팬은 어떤 정신으로 노래를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페라라는 이번 폭우와 홍수로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알란 파브리 시장은 페이스북에 "페라라가 스프링스틴의 콘서트를 취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밀리아-로마냐의 비극에 무감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썼다.
파브리 시장은 "수천 명의 인부와 관광객이 페라라에 이미 도착한 상황에서 콘서트를 단기간에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행사의 기획자인 클라우디오 트로타는 "침수 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지만 페라라는 위험 지역이 아니며, 학교도 문을 닫지 않았고, 기상 예보관이 예측한 대로 날씨도 좋아졌다"고 해명했다.
스프링스틴의 콘서트 강행은 이 지역 이몰라에서 이번 주말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최고의 카레이스 대회 '포뮬러 원(F1) 그랑프리'가 취소된 것과 비교되며 더욱 눈총을 받고 있다.
F1 측은 "안전한 행사를 보장할 수 없어서 대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록 음악의 상징인 스프링스틴은 그래미상만 20개를 받은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1억5천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