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8일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나란히 소환했다.
이들의 주거지와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지 이틀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 전 행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장동 일당'의 청탁을 받고 우리은행의 사업 참여·대출 결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을 상대로 우리은행이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불참하는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경위와 이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당시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다가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PF 대출엔 참여하겠다며 1천500억원의 여신 의향서를 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한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PF 대출 청탁을 전달한 대가로 200억원의 상당의 땅과 상가를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도 이날 김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 당시 상황과 곽 전 의원의 개입 여부를 조사중이다.
앞서 검찰은 하나은행이 호반건설의 압박으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할 위기에 처하자 김만배씨에게 부탁받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잔류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조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올해 2월 '컨소시엄 와해 위기' 상황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컨소시엄 구성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며 실제 하나은행의 이탈 위기와 김씨의 청탁,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와 대가 요구 등을 입증할 증거를 보강하고 있다.
또 25억원을 직접 받은 병채씨를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공범으로 묶고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새로 적용했다.
검찰이 당시 두 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조사까지 이르면서 박 전 특검과 곽 전 의원 부자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유구현 전 우리카드 대표이사, 전중규 전 호반건설그룹 총괄부회장, 김정기 전 하나은행 마케팅그룹장 등 관계자를 잇달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돼야 주요 피의자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