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유학비용으로 써 달라며 맡긴 돈을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쓴 외국인 교수가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안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는 외국인 A(53·여)씨는 2013년 12월 자격증 취득을 위해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제자 B씨에게 자신이 통장을 관리해주겠다며 맡기라고 제안했다.
그는 "일을 해서 돈을 모으면 유학 자금으로 쓰고, 비자 등 관련 일도 도와주겠다"며 학업을 중단하고 돈을 벌게 했다.
이렇게 해서 B씨가 2014년 2월 중순부터 2015년 12월 말까지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받은 3천9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 돈을 자신의 빚을 갚거나 자녀의 유학 비용을 대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미국 유학이나 미국 취업과 관련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대학을 휴학하면서까지 모은 돈을 피고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믿기 어렵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미국 유학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통장을 보관했고, 입금된 돈은 빌렸다가 갚았다"며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에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죄명을 횡령으로 변경해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미국 유학 자금으로 목적이 정해져 있었음에도 임의로 소비한 것은 횡령죄에 해당하며, 돈을 유학 준비에 사용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만하기도 했다"면서 "피해 금액 중 2천500만원을 갚았고, 피고인이 청각장애인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와의 합의에 따라 통장을 맡아둔 점 등으로 볼 때 적극적인 기망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사기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