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약다운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제약보국' 실현에 앞장섰다.
지난 1966년부터 회사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고인은 1969년 국내에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의 개발을 성공시켰다. 이후 1974년 당시 페니실린 계열 최신 항생제인 피밤피실린 합성까지 성공시키며 국내 감염병 관리 체계의 기초를 마련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해외 선진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머크, 애보트와 기술 제휴도 체결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도 끌어 올렸다. 1970년대부터는 기초 원료 합성과 생산을 연구해 다양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특히 고인의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액의 생산을 늘렸다. 당시 수액은 비싼 원가와 저렴한 판매가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제품이었지만, 부친의 생명 존중의 창업 정신을 이어갔다. 끝까지 수액을 생산하고 연구해온 끝에 2019년 중외제약은 아시아 회사로는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영양수액제 수출에 성공했다.
1975년 중외제약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신약 개발을 강조했다.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신약 개발에 매진해 2001년 국내 최초로 임상 3상을 통과한 항생제인 '큐록신'의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30년간 아낌없이 투자한 결과로 이룬 성과다.
고인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 사업과 학술 연구 사업에도 힘썼다. 2013년 '성천상'을 제정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술을 펼치는 의료인들을 발굴해 지난해까지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2015년에는 국내 최초 기업 주최 장애인 미술 공모전인 'JW아트어워드'를 제정해 장애 예술인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작품 활동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고인은 국내 제약업계에 또렷한 족적을 남긴 후 지난 2015년 중외제약 회장과 JW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 놓고 명예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유족으로 아내 홍임선씨, 아들 이경하 JW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동하씨, 이정하씨, 딸 이진하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5월3일 오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