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이어 오는 11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연합뉴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연속 동결을 예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다. 가라앉는 경기도 기준금리 동결의 공통적 배경으로 꼽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일 텐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2%로 내려와 인상 압박이 많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4%에 근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한은의 적극적 통화정책 필요성을 완화할 것"이라며 동결을 점쳤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오는 5월 내놓을 수정 경제 전망에서 현재 1.6%인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1.0∼1.5%까지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5%에서 3.3∼3.4%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봤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한은의 추가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앞서 2월 23일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인상 기조를 깨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동결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에도 동결이 결정되면 '금리 인상 종결론'이 더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번까지 두 번 연속 동결한 뒤 갑자기 5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일단 금리 인상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5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린 뒤 외환시장이나 환율에 큰 문제만 없다면 3.50%가 최종금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p(4.50∼4.75%→4.75∼5.00%) 올리면서, 현재 한국 기준금리(3.50%)는 미국보다 1.50%p 낮은 상태다.
만약 한은이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5월 연준은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만 밟아도, 미국(5.00∼5.25%)의 기준금리는 한국(3.50%)보다 1.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 폭으로서는 새 최대 기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