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모 씨가 8일 오전 구속된 데 이어 유씨의 부인 황모 씨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9일 오후 납치·살인에 가담한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 등 3인조를 검찰에 구속 송치한 뒤 유씨 부부를 상대로 범행을 사주한 구체적 경위와 동기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이로써 3인조와 범행 준비 단계에서 미행에 가담한 20대 이모 씨를 포함해 구속·체포된 피의자는 6명으로 늘었다.
애초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노린 단순한 강도살인으로 보였던 사건은 유씨 부부가 납치·살인을 의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코인 투자 과정에서 불거진 원한에 의한 청부살인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졌다.
유씨 부부의 살인의뢰 혐의 수사는 지난달 31일 검거된 이후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이경우가 최근 범행을 상당 부분 자백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경찰은 애초 유씨 부부가 2021년 주범 이경우에게 준 4천만원의 성격을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모았다.
변호인에 따르면 부부는 2021년 9월 변제기간 5년, 이자율 2%로 차용증을 쓰고 이경우에게 3천500만원을 빌려줬다. 이후 유씨는 이경우에게 차용증 없이 50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유씨 측은 이 4천만원을 모두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납치·살인 범행의 '착수금'으로 의심해왔다.
경찰은 이경우의 진술 등을 토대로 부부가 지난해 9월 이경우에게 피해자 A(48)씨를 살해해달라고 의뢰했고, 이 과정에서 착수금 명목의 또다른 돈이 오간 정황을 파악했다.
납치살인을 직접 실행한 황대한은 "이경우에게 범행을 제의받은 직후인 작년 9월쯤 현금 500만원을, 이후 200만원을 더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경우가 지난달 29일 밤 범행 직후부터 31일 오후 체포되기 전까지 두 차례 유씨를 만나 6천만원을 요구한 점도 부부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유씨 측은 이때 이경우에게 돈을 주지 않았고, 그가 돈을 요구한 이유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경우가 도피에 쓰기 위해 '성공보수'를 청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씨 부부 측은 변호인을 통해 A씨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은 부부와 A씨가 가상화폐 'P코인' 투자로 2년간 갈등을 빚어온 데 주목하고 있다. P코인에서 비롯한 갈등과 법적 분쟁이 원한으로 이어져 청부살인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