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형사재판 기소는 본인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등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바라보는 공화당 안팎의 시선을 소개하며 이 같은 분석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자신의 성추문을 막으려고 포르노 스타에게 회사공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맨해튼 지검장이 주도한 이번 기소를 순전한 정치 공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정치적 박해'를 운운했고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은 "급진적 검사장의 말도 안 되는 권력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은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는 이번 기소를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려는 채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폴리티코는 "캠프가 이번 기소 사태를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트럼프의 수호자가 되지 않으면 좌파 동조자로 낙인이 찍히는 시험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공화당 인사들로서도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반트럼프 인사인 마이클 브로드코브 전 공화당 미네소타 지부 부위원장은 "트럼프가 새로운 '테플론 대통령'이 됐다"고 인정했다.
테플론은 먼지 같은 이물질이 붙지 않는 특수소재로 비판에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 '불사조 정치인'을 뜻한다.
브로드코브는 "트럼프는 항상 피해자, 순교자가 되는 상황 위에 자신의 전체 정치제국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공화당 내 대선주자 경선에 곧바로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펜스 전 부통령 등 유력 경쟁자들이 줄줄이 출마 선언을 하려는 절묘한 시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전략가는 그간 주춤하던 소액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늘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공화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다가 역풍을 맞아 낙선한 피터 마이어(공화·미시간) 전 하원의원은 "공화당의 공세로 트럼프가 경선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며 "그가 경선에서 이긴다면 본선에서 최약체 후보와 대결하는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전략가인 딕 와덤스 전 공화당 콜로라도 지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범법 논란이 이번 사태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폭동 선동, 백악관 기밀 유출, 조지아주 대선결과 번복 시도 등으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와덤스 전 지부장은 "일부 지지자들이 이들 송사의 누적효과가 트럼프의 대선본선 승리 역량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을 잇는 송사 때문에 선거운동 내내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세 때문에 공화당의 기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화당은 2020년 대선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 무소속 유권자, 온건 보수당원을 되찾아오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세는 공화당의 지지기반 확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마이크 매드리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 강화는 공화당의 지지기반 축소라며 "이는 왜성(수명을 다한 항성이 소멸에 임박해 쪼그라든 상태)이 내부적으로 결딴나는 징조"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