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의 '탁상행정식' 정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당장 자립이 어려운 초기 스타트업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지만, 혹시라도 미운 털이 박힐까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번 사안 취재한 IT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어떤 일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한 스타트업의 이야기입니다.
A스타트업은 지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자금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2년간 5억 원의 자금을 받게 됐는데요.
올해 초, 지원금 2억 원의 일부를 지급받기로 예정됐었는데, 지급 시기가 수차례에 걸쳐 뒤로 밀렸습니다.
이 대표는 예정됐던 정부 자금을 믿고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결국 두 달이나 지급이 미뤄져 고사 직전까지 갔다고 토로했습니다. 대표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A스타트업 대표: 투자 시장이 너무 얼어붙었어요. 거기다 경기까지 불황이라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근데 예정된 지원금마저 계속 밀려서 안들어오다보니 버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차질 없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실제 현장 분위기는 달라 보입니다. 왜 그런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기부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14일 밝혔습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1분기에 지급해야 할 예산보다 더 많은 자금을 집행했다"며 "다른 예산 대비 빠르게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정부 발표를 믿고 기다리던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지급 시기를 늦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한 달 살이'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지는 거죠.
다만 저희 한국경제TV가 이 사안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바로 어제(29일) 저녁, 밀렸던 자금이 예정보다 이르게 입금됐다는 소식은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나마 다행입니다. 당장 생계자금이 밀리고 있는데, 정부는 잘하고 있다고 홍보한다면 저도 분통이 터질 것 같은데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겁니까?
<기자>
현재 벤처·스타트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인데요.
A스타트업이 받고 있는 '팁스' 프로그램은 기재부가 중기부에 자금을 배정하면, 중기부가 자금을 운영기관에 출연해서 스타트업에 입금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자금이 한 번이 아니라, 2년에 걸쳐서 지급되기 때문에 해가 넘어가면, 새해 예산에서 지급되거든요.
중기부는 연초 자금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의 이유로 일부 지급이 밀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잠재력이 있어도 당장 자립이 어려운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은 치명적이죠.
특히 행정절차 상의 두 달과, 매일이 전쟁터인 스타트업의 두 달의 무게는 다를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기부가 올해 핵심 추진 과제 중 첫 번째로 '창업벤처 육성'을 내세웠는데, 현장에선 생계 자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던 겁니다.
특히 '팁스'라는 프로그램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많이 신청하는 만큼, 지급 연기에 따른 피해 우려가 더욱 컸습니다.
전문가들도 정부 자금 의존도가 큰 초기 스타트업에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영민 / 전 한국벤처투자 대표 : 초기 스타트업은 재원이 없어요. 팁스하는 스타트업은 아주 초기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팁스 의존도가 크거든요. 거기에 기반을 해서 작은 계획을 다 잡아놨기 때문에… 빨리 대책을 마련해주는 게 맞죠.]
<앵커>
정 기자, 그런데 이 '팁스'라는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정부 과제에 선정돼야 받을 수 있는 자금이잖아요?
고사 직전이라면 민원이라든지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응을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현재 스타트업 시장 상황이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팁스' 프로그램을 받는 스타트업들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많아 앞으로도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을 노려야 합니다.
때문에 스타트업과 정부 간의 역학 관계를 고려해보면 혹시나 미운털이 박힐까 정부에 강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SVB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지난해부터 벤처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며, 추가 자금 확보가 녹록치 않거든요.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선 새싹이 피기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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