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중 무역의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한때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1위국이던 중국이 이제는 무역적자 1위국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연간 기준 마지막으로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1992년(-10억7천100만달러) 이후 올해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39억3천3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같은 달 최대 무역 적자국에 올랐다.
1·2월 누적 수지 또한 50억7천400만달러 적자로 무역 적자국 1위를 기록했다.
월간·연간 기준 통틀어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에 오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3월에도 상황은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 이달 1∼20일 기준 작년 동기 대비 대중 수출은 36.2% 줄고 수입은 9.1% 늘었다.
2월까지의 누적 수지 기준으로 대중 적자액(-50억7천400만달러)은 한국의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호주(-48억1천500만달러·2위)와 최대 원유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46억6천900만달러·3위)를 넘어선 수준이다.
또 무역 적자액이 일본(-35억2천900만달러), 독일(-26억4천800만달러), 카타르(-25억1천900만달러)보다도 훨씬 크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연간 무역 적자액이 5위 안에 들었던 곳이다.
연간 기준으로 중국은 2018년 한국의 무역 흑자국 1위(556억3천600만달러)에서 2019년 2위(289억7천400만달러), 2020년(236억8천만달러)과 2021년(242억8천500만달러)에는 3위였다가 지난해(12억1천300만달러)에는 22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코로나 확산 원천 차단) 정책과 지역 봉쇄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로 대중 수출이 감소하고 리튬을 비롯한 산업용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중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경제 회복이 본격화하고 한국의 대중 수출도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올해 들어 대중 무역 수지 적자가 고착화하다 못해 최대 적자국으로 올라서는 양상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18년 26.8%에서 2021년 25.3%, 지난해 22.8%로 점점 줄더니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19.8%를 기록했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가장 큰 품목은 정밀화학원료(-18억4천900만달러)였으며 이어 건전지·축전지(-13억7천800만달러), 컴퓨터(-11억2천400만달러), 산업용 전기기기(-7억3천2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중국의 교역은 세계 무역 5대 강국 중 수출 증가율은 2위, 수입 증가율은 최하위로 무역구조가 점차 자립·내수형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특히 중간재·소비재가 수출 증가를 주도해 중간재 중심인 한국과 수출 구조가 점차 유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무역이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과 무선통신 부품 등의 첨단 중간재,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 고급 소비재의 수출 증가로 고도화되면서 한국과의 '산업 내 무역'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산업 내 무역이란 같은 산업군 내 유사한 재화의 수출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한국이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동시에 수입도 하고 있는데 이런 무역 형태가 산업 내 무역에 속한다.
장 실장은 "중국은 주요 교역국 중에서 한국과의 산업 내 무역이 가장 활발하다"며 "한국이 대중 수출을 늘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도모하려면 중국에서 수입이 느는 분야로 수출 품목을 전환하고 기존의 한중간 상호 보완적 교역을 수평적 윈윈(Win-Win) 관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