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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은행위기 음모…미국 국채 팔아 돈줄 더 조인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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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국 지방은행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모든 위기가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조 바이든 정부는 시스템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런 노력이 무산될 경우 제2의 리먼 사태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의 초기 대응은 리먼 사태 때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분명히 다르다. 위기극복의 주체인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리먼 사태 당시에 각각 부통령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부의장으로 경험이 풍부하다. 위기극복의 근거가 되는 단일금융법(도드-프랭크법)도 갖춰 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과제인 시스템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를 푸는 것이 급선무다. 구제금융으로 도덕적 해이를 낳았던 리먼 사태의 교훈을 살려 자기 책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예금자는 확실히 보호해 추가 인출을 방지하는 대신 책임져야 할 금융사와 투자자의 자산은 조기에 파산시키거나 처분해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리먼 사태에 따른 낙인 효과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뉴 엡노멀 리스크로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신용경색의 대표지수인 시장 심도(market depth) 지수는 SVB 사태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변동성 지표인 무브(move) 지수도 코로나 사태 직후보다 높다.

<그림 1> 미국 기준금리 전망 자료: 블룸버그, 한국은행



문제는 바이든 정부는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중국은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의 돈줄을 더 조이고 있는 점이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속도는 의외로 빠르다. 많을 때는 1조 3000억 달러가 넘었던 중국의 미국 국채보유는 지난 1월 말에는 8590억달러 수준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국채매각은 바이든 정부에 매각 규모 이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공화당의 반대로 6월 초까지 연방부채한도가 조정되지 않으면 디폴트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뒤늦게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해 시장금리가 더 올라가면 인플레와 은행위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Fed의 통화정책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인플레 방지보다 신용경색 해소와 금융시스템 안정에 둬야 한다는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통화정책 주수단도 금리변경보다 유동성 조절로 바꿔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양적 긴축(QT)를 중단하고 양적 완화(QE)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도 눈에 띈다.

중국이 처한 여건을 감안하면 미국의 국채매각을 줄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헝다 사태 이후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영수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모두 회수하라는 지시까지 검토할 정도다. 반시진핑 세력의 현금 움켜쥐기와 해외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태도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원인을 미국이 먼저 제공했다고 역으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미국이 당면한 인플레를 강달러 유도를 통해 수츨하는 과정에서 더 심해졌다는 입장이다. 강달러로 위안화가 약세가 되면 중국 내 자본이 유출되는 차이나런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대회를 통해 장기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영수로서는 미국의 강달러 유도에 대한 입장은 의외로 민감하다. 강달러 유도로 수입물가가 상승해 인민들이 느끼는 경제 고통이 심각해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달러 독주체제를 적극 견제하자는 데 합의를 이끌어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금융이 실물을 주도하는 시대에 있어서 미·중 간 머니 게임은 경제패권을 최종적으로 누가 쥐느냐의 핵심(key)이다. 양국이 주력하고 있는 첨단기술 개발을 비롯해 모든 패권 분야는 금융이 받쳐주지 못하면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국 간 머니 게임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입장에서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미국 국채매각으로 더 벌어질 미국과의 금리 차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1.5%포인트로 벌어진 여건에서 미국의 국채금리가 더 올라가면 외국인 자금이탈과 원·달러 환율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위험수위를 넘은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이후 뛰기 시작해 1300원 내외수준으로 오르자 ‘킹(king) 달러 시대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가 국내 기업인과 달러 투자자를 중심으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킹 달러란 원화를 비롯해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 직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2020년 3월 중순 1285원을 정점으로 2021년 1월 초 1082원까지 떨어지다가(1단계) 코로나 백신 보급과 함께 갑작스럽게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작년 10월 초에는 1448원까지 급등했다(2단계). 그 후 일부에서 20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 2월 초에 1227원까지 급락했다(3단계).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4단계에 해당된다. 미국 여건만 보면 작년말대비 달러 강세요인이 더 강해졌다. 펀더멘털 면에서 미국 경제는 ‘노 랜딩’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견실하다. 통화정책 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방향 전환, 즉 피봇(pivot)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인덱스 구성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경제는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회복세가 뚜렷하다. 올해 첫 회의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한 단계 올린 대신 유럽중앙은행(ECB)은 0.5%포인트 두 단계 인상해 금리 차가 축소됐다.

<그림 2> 원·달러 환율의 요인별 분석 자료: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3년 3월



대외적인 여건 면에서 달러 강세와 약세요인이 혼재돼 있어 지난 2월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 경상수지 균형 모델,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추정된 원?달러 환율의 적정선은 1230원 내외수준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입 입장에서 적정선 이상이면 환차익을 기대하나 그 이하이면 환차손을 우려한다.

지난해 10월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던 것은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난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적정선 밑으로 떨어지자 외국인 자금이 이탈세로 돌아섰다. 올해 우리 경제 실상이 처음 확인됐던 지난달 초에 펀더멘털이 개선돼 적정선이 더 떨어졌더라면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었다.

비기축통화국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을 결정하는 주요인은 금리 차보다 펀더먼털 개선 여부다.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실업률,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4대 변수 중에서는 성장률과 경상수지를 중시한다.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낙인(stigma) 국가는 외환보유고가 최광의 개념의 캡티윤 모델로 추정한 적정수준 이상 확보했는지도 주목한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4%로 역성장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인플레 타겟팅선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이 비기축통화국에 투자할 때 가장 경계하는 스테그플래이션 초기 국면이다. 외환위기 경험국에 투자할 때 가장 주목해서 보는 무역적자도 올들어 지난 3월 20일까지 240억 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국인 자금이탈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월 금융통화회의에서 금리를 올렸어야 하는 비판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 경제처럼 펀더멘털이 받쳐줘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자금이탈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처럼 펀더멘털이 안 좋은 여건에서 인플레이션과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금리 인상→펀더멘털 악화→외국인 자금 이탈→원·달러 환율 상승’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확률이 높다. 우리는 비기축통화국이자 외환위기를 경험한 낙인국이다.

지금처럼 4대 거시경제 목표 간 상충 관계가 뚜렷한 상황에서는 인플레보다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경제전망을 토대로 우리의 투자 매력도를 잃지 않기 위한 올해 성장률 최저선은 2%이다. 한은과 정부가 예상하는 1%대로는 안된다. 올해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세는 유지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플레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관리 가능하면 인플레와 같이 가야 한다’는 유연한 사고를 갖을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Fed가 기준금리 변경, 공개시장조작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보다 인플레 타켓딩선 상향 조정, 수익률 곡선 통제(YCC) 등 제3의 통화정책 수단을 검토하기 시작한 점을 참조해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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