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소와 체포, 재판, 유죄 판결, 수감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그의 대선 행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2일(현지시간) 정치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포돼 수감된 상태에서 대선에 나설 경우 선거운동 전망과 유죄 판결을 받고도 당선될 경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조명했다.
작년에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이미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전에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건넨 사건과 관련해 뉴욕지방검찰청의 형사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학자들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감옥에서 대선에 나서는 것을 막는 법적 장벽은 없다면서도 그럴 경우 선거운동 조직과 계획, 실행 등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선거운동 자체가 조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20년 대선에서 노동운동가인 유진 데브스 사회당 후보가 옥중 출마해 90만표 이상을 얻은 바 있다.
뉴욕 검찰의 기소 전망에 대해선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의 걱정처럼 그가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설지, 재판을 받는다면 2024년 대선 선거운동 시작 전에 수감될지 등으로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 4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치학자들은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략을 바꿀 수는 있을지언정 그의 출마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비드 베이트먼 코넬대 행정학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선거운동을 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재판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예비선거 전이나 예비선거 중, 또는 2024년 11월 전에 유죄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기소가 선거 전략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선거 운동 자체를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 변호사들이 협상을 통해 온라인 출두로 조율할 수도 있다며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도주 위험이 없고 비(非)폭력 범죄 혐의를 받는 점 등으로 미뤄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판을 위해 법정에 출두하는 날까지 큰 지장 없이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재판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재판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유죄 판결이 나와도 그가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베이트먼 교수는 재판이 시작되면 피고인은 보통 재판의 중요 단계마다 법정에 출두해야 하기에 전국에서 진행되는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소셜미디어 사용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2024년 공화당 후보 지명을 위한 선거운동 기간이 유죄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하는 기간과 겹칠 경우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정치학자 폴 쿼크 교수는 이 경우 교도소 당국은 수감 환경에 대해 큰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교도소 마당에 있는 연단에서 TV 시청자들에게 연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런던대 정치학자 로버트 싱 교수는 "그의 옥중 출마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선거운동 집회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연설을 할 수 없는 등 실제로는 장애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교도소 당국 결정에 달려 있겠지만 허용된다 해도 온라인 선거운동은 대면 행사의 모방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게 중요한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면 선거운동을 못 하는 것은 경쟁자들에겐 큰 이점을 주는 것이며, 소셜미디어로는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가 옥중 출마로 전국적 선거운동 조직을 꾸리고 운영하는 게 가능할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후보 토론회에 그의 온라인 참여를 허용할지, 허용하더라도 현장의 다른 후보들만큼 유권자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적 어려움보다 감옥에서 대선을 치를 경우 이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미국정치센터 토머스 기프트 초대 소장은 "전직 미국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 전국적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은 스토리가 너무 엉뚱해서 영화로도 제작되지 못할 나쁜 할리우드 대본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말했다.
쿼크 교수도 "트럼프가 감옥에서 출마하면 대중은 그의 범죄를 끊임없이 떠올릴 것이고 그런 선거운동은 엄청난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며 그런 선거운동과 재앙적 결과는 공화당에 장기간 큰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크먼 교수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고 대선에서 승리한 뒤 취임 시점에 유죄 판결을 받으면 주 당국과 연방정부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할 지침도 없어 헌법적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