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차량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탑재하는 건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AFP, 블룸버그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21일(현지시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AG 제조 디젤 차량 소유주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른바 '배기가스 임의 조작장치'로 불리는 장치를 디젤 차량에 탑재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피해를 본 차량 소유주는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멀 윈도'로도 불리는 임의 조작장치는 대기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디젤 차량에 장착된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자동으로 꺼주는 장치다. EU 규정에 따라 디젤 차량은 저감장치가 주행 중 항시 작동해야 하지만, 임의 조작장치 탑재 차량은 특정 온도 이하에서는 배기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므로 대기오염량도 늘어나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EU 시장에서 디젤 차량 출고 시 거쳐야 하는 오염도 시험 평가를 우회할 목적으로 임의 조작장치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임의 조작장치가 자동차 엔진 등 부품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ECJ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해당 장치 사용이 금지된 만큼, EU 회원국들이 해당 장치가 탑재된 디젤 차량 소유주가 보상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ECJ는 지난해 폭스바겐의 EA189 디젤엔진을 상대로 제기된 다른 유사 사건 판결에서도 임의 조작장치는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판결을 계기로 그간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구매자들을 '의도적으로' 속여 판매한 경우에만 보상받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판결로 디젤 차량 구입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해당 장치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