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공매도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손 이사장이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손 이사장은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에 설득할 논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먼저 빌려서 매도한 뒤 이후에 매수 청산해 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으로, 국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전면 재개가 주가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공매도 제한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미 투자자를 보호할 중요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것이 외국인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반대론자들에게 이 거래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려 노력 중"이라며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면 다른 시장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겹다"라며 "지금이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2020년 4월 이후 대부분 금지됐다가 현재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일부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공매도의 완전한 재개 여부는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손 이사장은 한국 유일의 증권거래소 수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
거래소는 외국인 투자 자금을 더 끌어들여 국내 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이를 이루기 위한 걸림돌로 공매도 규제 완화 등을 지목해왔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한국은 현재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돼 있다.
과거 6년간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에 올랐으나 매번 탈락하다가 2014년에는 아예 관찰 대상국 명단에서도 빠졌다.
한국 정부는 작년부터 공매도 확대 외에도 배당금 지급 투명성 제고,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 간소화, 외환시장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 등 시장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혀 왔다고 블룸버그는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