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논의가 표류를 거듭하는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들어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국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시된 답변 가운데 '충분한 노후소득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은 8%, '노후 빈곤축소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2%에 그쳤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재정수지 적자전환, 2055년 적립금 소진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기금소진 이후 연금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부과방식 보험료율은 2055년 26.1%에서 2080년 34.9%까지 높여야 하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당초 목표와 달리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문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을 40년으로 가정했을 때 40%로 가입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소득대체율도 낮아진다"며 현재의 국민연금이 충분한 노후소득을 제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의 노후보장이 되기 위해서는 유지가능한 수급구조가 구촉되어야 한다"며 "출발 당시부터 기여율과 소득대체율이 구조적인 문제를 갖도록 되어 있어 근본적인 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주된 성격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노후소득을 스스로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응답비율이 61%로 가장 많았고, '노후 빈곤을 축소하는 것'이라는 답은 24%, 미래 세대가 현 세대를 부양하는 것이라는 답은 12%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민연금의 주된 목적은 국민이 자녀의 도움없이 노후 소득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며 "노후 빈곤 축소 효과도 있겠지만, 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연금은 기초연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69%가 '탈정치적 국민/전문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제안했다. 다만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대한 설문결과 '기여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29%로 가장 많았으나, '기여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 동시추진'(25%), 기여율 인상을 통한 재정안정성 확보(23%), 소득 대체율 인하를 통한 재정안정성 확보(15%) 등 응답간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김 교수는 "의미있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소득 대체율도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한 반면 성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보다 소득 지원이 불가피한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과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상반된 의견을 냈다.
이경우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없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현재 및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각 개인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자신의 개인연금 계좌에 의무적으로 저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기타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개혁에 앞서 현재와 미래세대간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기여금을 현재 내거나 앞으로 내야 할 세대의 기여율 인상 뿐 아니라 현재 연금 급여를 받는 은퇴자들의 급여 축소가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경제학회가 국민연금 분야 전문가인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박사를 초빙해 작성했고, 패널위원 95명 중 47명이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