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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를 보는 두 가지 관점···대마불사와 모럴 해저드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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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를 보는 두 가지 관점···대마불사와 모럴 해저드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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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미국 증시에 영향을 가장 크게 준 것은 크레디트 스위스의 위기설이라고 봐야겠죠. 그래도 장 막판에 스위스 정부가 크레디트 스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이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기자>
스위스 중앙은행(SNB)과 스위스 연방 금융시장감독청(FINMA)이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자본 상황과 유동성은 문제가 없고, 필요하다면 중앙은행이 나서서 크레디트 스위스를 지원해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이 은행이 무너졌을 때 유럽 경제,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개장 전에 크레디트 스위스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규제 때문에 크레디트 스위스에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이 은행의 주가 뿐 아니라 채권시장까지 흔들렸었습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하는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흐름이 급격히 나타났었지요. 국채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국채 수요가 많아진다는 뜻이 됩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예금이 경쟁 은행인 UBS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UBS CEO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이 되었고요.

유럽 굴지의 은행이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는 점은 1차적으로는 그동안 흔들렸던 미국 중소은행주에 대한 투자 불안감을 어느정도 상쇄하는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던 캘리포니아 기반 지역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RC)나 팩웨스트 뱅코프(PACW)등 지역 중소은행들의 주가가 장중 급락한 뒤에 장 마감후 거래에서 올랐고요. 3대 지수도 크레디트 스위스 정부 지원 뉴스 이후 낙폭을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지난 주말 실리콘밸리 은행 폐쇄 이후 급락했던 은행주들이 정부 긴급 지원 소식 이후 일제 회복하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투자심리가 생겼다는 뜻이겠지요.

다만 조금 더 길게 보자면, 미국의 은행 등 경제 주체가 위험 부담 혹은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는 점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월가에서는 지금 금융 측면에서 '모럴 해저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리스크를 대신 짊어져주고 있으니, 주식 트레이더들 입장에서는 낙관론이 커지는 겁니다. 기업들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정부가 손을 써 줄 테니까요. 그러면 시장의 금융여건은 연준이 의도한 대로 긴축적인 상황으로 들어가기가 어렵게 됩니다. 고름을 짜내지 않고 상처를 더 키우는 격일 수 있다는 위기감, 그러니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돈이 계속 몰리게 되면 위기가 터졌을 때 수습의 난이도와 여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존재한다는 점 역시 참고해 볼 부분입니다. 시타델의 창업자인 켄 그리핀이나 머디 워터스의 창업자 카슨 블록 등 거물급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차라리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앵커>
오늘 미국 경제 거시 지표도 많이 나왔는데, 이 지표들이 보여준 것, 의미도 함께 짚어보죠.

<기자>
미국 경제로 시각을 좁혀보자면 오늘 나온 지표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이 25bp 인상 확률보다 높아졌지요. 큰 틀에서 보면 현재 시장은 한 주 전까지만 해도 3월 50bp 확률을 높게 봤다가 지금은 금리가 멈추거나 25bp만 인상될 확률을 50대 5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최신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줄었고, 각 주의 제조업 지수는 예상보다 악화했고,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자물가지수가 하락한 것이 한 요인이 될 겁니다.

미국의 2월 소매판매가 한 달 전보다 0.4% 줄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백화점과 외식업, 의류, 가구 등의 판매가 줄고 온라인과 식료품점의 판매가 소폭 늘었습니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백화점 대신 좀 더 싼 온라인 구매를 늘리고, 외식보다 집에서 밥을 더 해 먹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돈을 덜 쓰려는 전형적인 움직임이지요.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예상치보다 더 악화한 -24.8로 집계됐습니다. 신규 주문이 줄고, 고용과 근로 시간이 줄어든 점도 확인됐습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업들의 응답도 그대로였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고, 앞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한 편으로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 나온 2월 생산자물가도 예상보다 낮은 전월비 0.1% 감소로 나타났습니다.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꺾이지 않고 있는 부분을 계란 값 하락 등이 상쇄했습니다.

결국 오늘 나온 데이터와 은행 위기 관련 뉴스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예상 경로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고요. 이와 함께 경기침체 가능성이라는 걱정을 더 키우게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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