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넘게 폭등했다. 세 자릿수 상승률은 31년여만에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은 2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02.5%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월보다는 6.6%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소고기 및 식품 가격 급등으로 상승률이 6%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본 애널리스트 분석을 뛰어넘는 수치다.
가장 급격한 상승곡선을 보인 품목은 식품으로, 9.8%를 기록했다. 통신비(7.8%)와 식당 및 호텔(7.5%)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대표 먹거리인 소고기 가격은 20%, 유제품 가격은 8.2%를 각각 기록해 전체 식품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브리엘 루빈스타인 경제정책비서관실은 설명자료에서 "최근 계속된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소고기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2월 수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1980년대 중후반 초인플레이션 기조 속에 1989년 한때 5천%라는 천문학적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던 아르헨티나에서 관련 지표가 세 자릿수를 보인 건 1991년 9월 115% 이후 31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정부가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월간 목표 물가상승률을 5%로 잡고 점진적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연초부터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현지 매체인 암비토는 LCG 컨설팅의 기도 로렌조 이사 분석을 인용해 "경제부 관료들이 현 정권 임기(12월 9일) 내 물가를 낮추는 데 큰 성과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23년 물가상승률은 90∼10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달에 주요 생필품 값을 거의 동결하는 '공정한 가격' 프로그램을 내놓은 데 이어 2천 페소짜리 최고액권 화폐를 신규 도입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현재 자국 인플레이션에 관성적인 측면이 있다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업과도 광범위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22일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는 야당과 그 지지자 사이에서 여당의 실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지난해 여름 4주 만에 경제 수장 3명이 잇달아 교체되는 등 내부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국민 고통만 커졌다고 야당은 비판하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이자 야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인 오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은 "우리 국민은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급여에, 주말에 어디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물건을 사러 가면 이틀 후에는 두 배 또는 세 배로 뛴다"고 성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라나시온 등 아르헨티나 일간지들은 지난해 상반기 아르헨티나 전체 도시 인구의 35% 넘는 1천여명이 빈곤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나라빚도 아르헨티나를 옥죄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40억 달러(약 58조2천억원) 규모 부채 해결을 위한 30개월짜리 확대 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한 뒤 지난해 12월 22일 60억 달러(7조9천억원) 구제 금융을 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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