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마트 안 개방형 약국 등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대부분은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는 병원 등 의료시설과 노인 요양시설 같은 감염 취약시설에만 남게 된다.
2020년 2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1개월 만이고, 중앙 정부 차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생긴 2020년 10월 이후부터는 2년5개월 만이다.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 완연한 일상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리 사회에 남은 방역 조치는 의료기관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정도다.
정부는 이달 말 세부적인 일상회복 로드맵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 하향과 감염병 등급 조정을 포함한 방역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의료기관에서의 마스크 착용이나 7일 격리 의무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홍정익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방역지원단장은 15일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대중교통 수단과 일부 개방형 약국에 대해서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의료기관이나 약국, 감염취약시설은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가 유지된다"며 "이 부분은 향후 위기단계 조정이나 감염병 등급 조정과 연동하여 해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국에 대해 마스크 착용의무를 일괄 해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지적에는 "(처방전 조제가 많은) 일반 약국의 경우에는 의심 증상자라든지 고위험군이 이용할 가능성이 많고 의료기관 이용 후에 바로 이용하게 되면서 이용자의 흐름이 유지된다는 점을 고려해 의료기관과 함께 의무 조정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이나 감염취약시설의 경우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만큼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것이 착용을 권고로 전환하는 이득보다 더 크다는 판단이다.
14일 오후 6시 기준 60세 이상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32.9%로, 충분한 면역이 형성돼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보다 마스크 관련 방역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해외에서도 의료기관은 그 특수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의료시설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외부인이 감염자 격리 시설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별도 규정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7일간의 격리 의무 역시 조만간 단축 또는 해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 주요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7일 격리 의무를 적용하는 나라는 아일랜드, 벨기에, 튀르키예, 라트비아, 체코, 뉴질랜드, 코스타리카, 일본 등 8개국이다. 이중 일본과 튀르키예, 라트비아는 격리기간 중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하는 기간을 단축한다.
이외에 그리스,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이스라엘은 5일 이내의 격리 의무를 두고 있다.
반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태국, 싱가포르 등은 상당수 국가는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없다. 대신 격리 권고 또는 유증상시 자택에 머물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대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4월 말∼5월 초로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해제될 경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위기평가회의를 소집,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현재의 '심각'에서 '경계' 단계 조정 여부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조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위기 단계가 경계로 내려가면 국무총리가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해체되고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심 재난위기 총괄 체계로 전환된다.
코로나19는 현재 2급 감염병에서 4급 감염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2급 감염병은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고 격리가 필요한' 질병이고, 4급은 '유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표본감시 활동이 필요한' 질병이다.
따라서 격리 의무를 유지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다만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격리 의무가 사라지더라도 어느 정도의 사회적 격리가 이뤄지도록 확진자 격리에 대한 강한 권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엄 교수는 "잘 쉬고 증상이 약해지면 전파력이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노동 형태에 따라 확진 때 쉴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우려도 있는 만큼 아플 때 쉬는 문화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고위험군 확진자나 가족 중 고위험군이 있는 확진자에 대해서는 격리를 강력히 권고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정치권에서 격리 의무를 7일에서 3일로 단축하는 방안이 제시된 적이 있는 만큼 단계적인 기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