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열 정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재정 준칙' 도입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내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 폭을 2% 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독일이 1974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을 당시 국가채무가 18.6%, 프랑스 1979년 21.1%, 스페인 1972년 27.9%였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에 38.2%였다"며 "고령화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배준영 의원은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 때문에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16조원이 늘었다"며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쓰나미를 겪었고 또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는데 제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라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 부분에 동의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슬프게도 대한민국과 그 외에 별로 없다"며 "재정건전성과 지속성을 높이고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필요한 장치들을 함께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라면 한국 경제 현실을 보면서 벤치마킹해 재정총량 수준을 잘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재정 준칙을 도입하기 보다 재정을 늘려 가계 부채 감소에 일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가계에 부담시키고 선진국들은 국가가 책임졌다"며 "재정준칙이 경제와 사회적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또 GDP 대비 적자 폭을 2~3% 이내로 하는 것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고용진 의원은 "국제통화기금(IMF)가 우리 재정을 균형 재정으로 평가하고, 피치의 국가신용평가가 AA-로 여전히 우량한 상태를 유지한다"며 "국가신용등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재정준칙 도입에 이견이 있는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 도입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이라며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췄을 때 다른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소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면 인구구조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며 "장기적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