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으로 비슷한 구조에 있는 다른 중소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업계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에서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거래 대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도 SVB처럼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은 2천126억 달러(약 279조원), 총예금은 1천764억 달러(약 231조원)로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인 SVB와 규모가 비슷하다.
SVB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2천90억 달러(약 276조원), 총예금은 1천754억 달러(약 232조원)이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예금 가운데 예금 보호가 되지 않는 25만 달러 초과 금액은 1천195억 달러(약 157조원)로, 전체 예금의 6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90%를 웃도는 SVB보다는 크게 낮다. 또 총자산이 예금을 크게 웃돌지만, 장부상 가치와 실제 자산 가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회사 인베스코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브라이언 레비트는 "퍼스트 리퍼블릭도 SVB처럼 높은 금리와 잠재적인 경기침체에 대비하지 못한 대차대조표를 가진 은행으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일 뉴욕증시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장 중 한때 5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은행 측은 "우리의 유동성은 충분하고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미국 정부도 예금을 전액 보호해 주기로 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 업계 한 투자자는 "SVB만큼은 아니지만,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도 많은 스타트업과 VC들이 돈을 예치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전체 예금은 보호해 준다고 했지만, 스타트업과 VC들이 은행 문이 열리면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기려고 한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사람들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점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사진이 퍼지면서 뱅크런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도 '전염이 퍼지고 있다'며 이 은행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