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사이드] ‘금리 인상 수혜’ 은행주, 리스크 부각…이후 향방은?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지난 주 시장에 가장 큰 부담이 된 건 바로 SVB 파산입니다. 지난 주S&P500 금융 섹터 흐름도 함께 짚어볼까요. 5거래일 만에 8% 넘게 밀렸습니다. 통상 금리 인상 시기 은행주들은 수혜를 보죠. 하지만, 금리 인상 장기화 전망이 커진 지금. 왜 이렇게 은행주들은 파산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된 걸까요. 오늘은 은행주를 둘러싼 리스크를 파헤쳐보고, 이후 방향성 좌우할 체크포인트도 짚어보겠습니다.
은행주를 두고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된 ‘표면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실리콘밸리은행 즉 SVB 파이낸셜이 대규모 손실을 메꾸기 위해 자산을 매각한다고 밝힌 이후 결국 파산했습니다. 두 번째. 암호화폐 전문 은행인 실버게이트 캐피탈이 자회사인 실버게이트 은행을 청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첫번째 포인트. SVB파이낸셜의 자산 매각 소식도 짚어보겠습니다. SVB파이낸셜의 자회사 실리콘밸리은행은 기술 기업에 대출해주는 회사입니다. 해당 은행의 자산 및 예금은 팬데믹 시기에 급증하게 되며, 늘어난 자금으로 미국 국채. 특히 장기물에 투자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 채권 시장은 얼어붙게 되죠. 그러면서 약 18억 달러의 손실을 냅니다. 여기에 SVB의 고객들. 즉 테크 기업들이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게 됩니다. 따라서 SVB의 보유 예금은 1년 사이에 161억 달러 감소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예금은 감소하고, 채권 투자 손실로 메꿔야 할 자금은 늘게 된 거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현지 시각 9일 22억 5천 만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주된 골자는 17억 5천 만달러의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겁니다.
이 소식에 9일 장 60% 하락 마감합니다. 하지만, 주식을 인수할 사람을 찾지 못했고, 결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파산하게 됩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어서 두 번째 이유인 실버게이트 은행 청산 소식 뜯어볼까요. 앞서도 언급했듯 실버게이트 캐피탈은 암호화폐 전문 은행입니다. 최근 FTX 파산과 암호화폐 시장 겨울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게됐는데요. 이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실버게이트가 공개한 예금 현황에도 드러나 있는데요. 총예금이 지난 3분기의 1,320억 달러에서 630억 달러로 급감했습니다. 1분기 만에 예금 규모가 52%나 급감한 거죠.
현지 시각 8일 결국 실버게이트 캐피탈, 은행을 자발적으로 청산하기로 합니다. 유동성 위기에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규제 역시 운영에 부담이 됐다는 건데요.
자발적 청산 소식에 실버게이트의 주가는 현지 시각 9일 42%나 하락했고요. 이후 10일에도 11%나 밀렸습니다. 그렇다면, 유동성 위기를 둘러싼 우려는 비단 기술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과 관련된 은행에 국한된 이야기일까요. 지난주 시장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지난주 은행주 매도세는 광범위했습니다. 기술 기업들과 관련된 은행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아는 대형 은행들도 매도세를 피해 가지 못했는데요. 특히 현지 시각 9일. 미국 시가총액 4위의 대형 은행들 모두 큰 폭으로 밀렸고요. 이날 시가 총액 총 52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왜 이렇게 매도세가 광범위했을까요. CNBC는 앞서 언급한 표면적인 이유에서 한 발 더 들어가면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봤는데요. 그러면서 긴축 장기화 전망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상 금리 인상은 은행주에게는 긍정적입니다. 예대마진 커지면서 수익이 개선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긴축이 길어지면서 은행들이 운영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은행들이 어떻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짚어볼까요. CNBC의 밥 피사니 기자는 먼저 금리 상승의 여파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과 채권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의 투자 손실도 늘었습니다. 지난 주 은행주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매도세가 촉발된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결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거죠.
여기서 또 한 가지 궁금증이 듭니다. 지난 주 매도세가 광범위했지만, 유독 지역 은행들의 충격이 컸는데요. 지역 은행을 추종하는 KRE ETF. 현지 시각 9일 8% 넘게 하락했습니다. 소규모 은행일수록 고객 유치를 위해 더 높은 예금 금리를 지불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유동성 위기에 더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SVB의 파산으로 소규모 은행이 아닌, 대형 은행으로 자금이 몰릴 거란 우려도 하락세에 한몫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유동성 위기. 미국 경제 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까요?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외신들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은 대형 은행의 경우 자산군이 다양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난 40년간 미국 스타트업의 산실 역할을 한 SVB의 파산은 스타트업 줄도산 위기를 키웠다는 점이고요. 따라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점입니다. 또, 결국 은행주. 특히 중소형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의 향방은 향후 금리 인상 전망과 움직임에 달린 듯 보입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
이예은 외신캐스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