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식당에서 파는 맥주·소주·막걸리 등 주류 물가 상승률이 마트 등에서 파는 주류의 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품목 중 맥주의 물가지수는 112.6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10.5% 올랐다.
이는 가공식품 맥주의 상승률(5.9%)을 웃도는 수치다.
외식으로 판매되는 맥주의 물가가 편의점·마트에서 판매하는 맥주의 물가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통계청이 가공식품과 외식 품목으로 모두 조사하는 다른 주류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소주도 외식 품목이 11.2% 올라 가공식품 상승률(8.6%)을 웃돌았다. 막걸리도 외식 품목 상승률(5.1%)이 가공식품 상승률(1.6%)보다 높았다.
주류 제조업체들이 맥주·소주 등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연쇄적으로 편의점 주류, 식당 주류 등의 물가도 오르는 양상이다.
작년 3월 하이트진로[000080]와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테라·하이트·카스 등의 맥주 제품 출고가를 각각 평균 7.7% 올렸다. 약 6년 만의 출고가 인상이다.
소주의 경우 하이트진로는 작년 2월에 7.9%, 롯데칠성음료는 같은 해 3월에 5.1∼7.7% 출고가를 올렸다.
소주·맥주 제품의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인건비 등 식당을 운영하는 부대 비용도 식당 주류 가격의 인상 요인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총괄은 "외식 쪽에서 소주·막걸리 등의 가격 인상은 원자재 비용 더하기 인건비 등 식당 자체를 운영하는 비용들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료 인상 등의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으로 쌓이고 그것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외식산업연구원이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130명을 조사한 결과 55.4%(72명)가 소주 출고가 인상에 따라 소주 판매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이미 올린 업주들은 병당 500∼1천원을 인상했다고 답했다.
작년 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소줏값 인상 정도가 100∼150원인 점을 고려하면 외식 업계의 인상 수준이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정부는 연쇄적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맥주·탁주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종량세는 가격이 아닌 주류의 양 등에 비례해 과세하는 제도로, 맥주·탁주에 대한 세금은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돼 인상된다.
이에 따라 맥주·탁주 주세의 인상이 주류 업체의 출고가 인상 등의 명분이 돼 물가 상승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이는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예를 들어 종량세만을 이유로 맥주 가격이 15원 정도 상승 요인이 있다고 할 때 맥주 가격을 1천원에서 1천15원으로만 하느냐. 오히려 시중 소비자가격을 더욱 편승·인상하는 기저가 될 수 있다"면서 "물가 연동으로 (과세)하는 부분에 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