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국 각지에서 최근 몇달간 여학교 수백곳을 대상으로 한 '가스 테러'가 벌어진 가운데 정부가 수사에 나서 용의자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IRNA 통신은 이란 내무부 발표문을 통해 "테헤란을 포함해 전국 여러 도시에서 가스 테러 관련 용의자들이 체포돼 조사받았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발표문에서 "초기 조사 결과 많은 사람이 장난이나 모험심에서, 또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교실을 문 닫게 할 목적으로 해롭지 않지만 냄새 나는 물질을 사용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체포된 사람 중에는 적대적 동기를 갖고 국민과 학생 사이에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비관론을 불러일으키려 한 이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용의자들은 확실한 혐의가 밝혀질 때까지 조사받게 될 것이라며, 전국 여학교에 대한 가스 테러 건수는 지난 며칠 동안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적으로 여학교를 대상으로 한 가스 공격으로 의심되는 중독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집계는 없으나 의회(마즐리스)의 한 의원은 지난 6일 기준 전국 230여개 학교, 학생 5천여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미국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 인권 활동가들'(HRAI)은 최소 290개 학교, 학생 7천60명이 피해를 봤다고 집계했다.
이런 공격으로 3개월여에 걸쳐 여학생 수백명이 '불쾌하거나'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은 후 호흡곤란, 메스꺼움, 현기증 등 증상으로 고통을 겪었고 일부는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이란 정치권에서는 강경 이슬람 단체가 여학생 교육에 반대해 저지른 소행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끌려갔다가 숨진 마흐사 아미니(22) 사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온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가스 공격을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란 정부에 가스 테러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가려내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해 왔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일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조사와 책임자에게 그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가스 테러가 반정부 시위와 관련이 있다면 유엔 국제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