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모레(15일) 이사회를 엽니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로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회사 측에 4가지 요구를 하며 세결집에 나서고 있어,
이번 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회에서 격전이 예고됩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이번 주 수요일(15일)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트러스톤 측은 어떤 안건들을 제시할 예정인가요?
<기자>
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진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에 요구한 안건은 4가지입니다.
10분의 1 액면분할,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추천, 주당 1만 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50억 원입니다.
이사회에서 사실 4가지가 다 받아들여져 주주총회 표대결까지 가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총을 통과하려면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확보해야하는데,
태광산업은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전체 지분의 절반이 넘어, 표 대결로 이어지면 승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트러스톤은 따라서 표대결 승산이 높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추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번 이사회에서 주총 일정도 확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외부 감사위원 추천건은 왜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승산이 있는 건가요?
<기자>
바로 3%룰 때문인데요. 먼저 태광산업의 지분 구조를 보시겠습니다.
오너일가인 이호진 전 회장 지분은 29.4%입니다. 특수관계인 등 보유지분까지 더하면 54.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지분율이죠.
반면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의 지분은 5.8%에 불과합니다. 지분율로는 승산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주제안 안건 4가지 중 감사 선임안은 지분만 가지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감사선임안은 상법상 대주주 지분을 3%만 인정하는 '3%룰'이 적용이 됩니다.
지분을 최대 3%만 인정하기 때문에 티알엔, 이원준 등의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이 각각 3%씩만 인정되는 셈입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빼면 오너 일가 의결권은 13.3% 이하로 줄어듭니다.
트러스톤 지분 5.8%는 3%로, 여기에 외국인, 기관, 개인 투자자 등 소액주주 지분 15.2%를 더하면 18%가 넘는다는 계산입니다.
즉,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하면 감사선임은 가능하다는 건데, 트러스톤 측 인터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성원/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외부 감사가 선임되면) 16년 만에 선임되는 겁니다. (트러스톤이) 들고 있는 주식 수와 기관투자자 그리고 해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치면 저희는 (외부 감사 선임) 충분히 승산있다고 봅니다. 주주활동을 통해 지배구조가 개선한다면 회사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저희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러스톤 측은 모레 열릴 태광산업 이사회를 앞두고, 현재 소액 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캠페인까지 벌이며 세결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앵커>
감사위원 1명이 선임된다 하더라도 태광산업에 큰 변화가 가능할까요?
<기자>
물론 감사 1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회사 정보의 접근성, 주주들의 의견 표출의 통로가 돼 회사에 대한 압박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태광산업은 그동안 '황제경영'으로 불릴 만큼 오너일가의 높은 지분을 바탕으로 폐쇄적인 경영을 해왔습니다.
시가 총액 1조 원, 자산규모 4조 원 이상 상장사지만 3년간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현재 주가순자산(PBR)이 0.17배로 상장사 중 거의 최하위에, 10년 간 꾸준히 연 매출 2조~3조 원을 내왔음에도 주가는 10년 전과 비교해 30% 가량 떨어졌습니다.
이호진 전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 보니 오너리스크가 그대로 노출돼 있고요.
이번에 외부 감사 선임에 성공하면 태광산업은 상장 48년 만에 새로운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트러스톤은 보고 있습니다.
반면 회사 측은 외부 감사를 꺼릴 수밖에 없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주총 표결의 캐스팅보트가 될 15% 안팎의 소수주주들에게 주주 친화 정책 등 당근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광산업 측은 "이사회에 올라오는 모든 안건을 수용할 의무는 없다"면서 "현재 안건들을 검토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태광산업 주가가 오르면 소액주주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는데, 다만 행동주의 펀드들이 과거 주가를 띄우고 떠나는 이른바 '기업 사냥꾼'이 돼 논란이 있지 않았나요?
<기자>
칼 아이칸이나 엘리엇 등 주식매입 후 경영권 위협으로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주식을 파는 사례 기억하실 겁니다.
이처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단기차익만을 취하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트러스톤의 경우 이미 2년 전 태광산업 지분 5.01%를 처음 취득했는데요.
지난해 초 지분을 6.05%까지 늘렸다가 다시 일정 부분 팔아 현재 5.8%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분 처분에 대해서 트러스톤 측은 "행동주의 펀드 외 회사 내 태광산업을 가지고 있던 다른 펀드들이 신탁계약자와 계약이 해지되면서 환매를 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러스톤은 대부분의 지분을 120만 원대 선에서 사들여 현재 손해를 40% 가까이 본 상황입니다. 펀드 손실이 큰 만큼 단기간 내 원금 회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손해 보고 팔 수 도 없는 상황 속에서 트러스톤 측은 먹튀 논란에 선을 그었는데요. 인터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성원/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지배구조를 개선해) 장기적으로 윈윈하고자 합니다. '먹튀' 논란에 해당하는 사례는 결코 원치 않습니다. 태광의 경우 비공개 대화 2년 가까이 했습니다. 비공개 대화에서 잘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BYC와 태광산업) 두 회사는 모두 후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희도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가려고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앵커>
태광산업의 방어 전략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움직임 있습니까?
<기자>
지난해 말 태광산업은 석유화학과 섬유산업에 10조 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아 시장에서는 공수표라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트러스톤 측 역시 "올 1월 말 투자관련 설명회 요청했지만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태광산업 측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투자관련 설명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겠지만 질의응답 정도는 받을 계획"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이틀 뒤 이사회 결과에 따라 주주총회 전략과 내용은 180도 뒤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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