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강화할 경우 국내 이용자 다수가 이탈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50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를 상대로 실시해 9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나눠서 내는 넷플릭스 시청자(비용 분담 시청자)의 62.8%는 거주지가 다른 이용자 간 계정 공유를 금지할 경우 넷플릭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비용 분담 시청자 중 추가 요금을 더 분담하고 계속 넷플릭스를 보겠다고 한 이들은 7.7%였고, 계정을 새로 만들어 넷플릭스에 가입하겠다고 한 이들은 6.4%에 그쳤다.
구독료를 홀로 부담하고 있는 이용자의 경우 계정 공유가 금지되는 경우 35.5%가 그대로 계속 이용한다고 답했고, 33.0%는 탈퇴하겠다고 응답했다.
계정 공유를 중단하겠다는 14.8%, 추가 요금을 내고 계속 계정을 공유하겠다는 답은 8.9%였다.
어떤 형태로든 돈을 내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 이들 중 상당수가 계정 공유에 제한이 걸리면 이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계정 공유 방식으로 이용료를 아끼고 있는 시청자의 이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경우 넷플릭스 가입자 수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78.7%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고, 6.0%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넷플릭스 요금이 지금도 비싸다는 인식이나 경쟁하는 OTT가 여럿 존재하는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현재 요금 수준에 대해서 응답자의 66.5%가 비싸다고 답했으며, 적절하다는 반응은 31.5%에 그쳤다.
넷플릭스 이용자 다수는 다른 OTT를 중복해서 이용하고 있었다. 중복 이용 OTT(중복 답변)는 쿠팡플레이가 35.4%로 가장 많았고, 이어 티빙 33.9%, 디즈니플러스 24.0%, 웨이브 22.1%, 왓챠 10.0%, 애플TV 3.4% 순이었다.
넷플릭스는 올해 2월 캐나다,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주 시청 장소로 지정한 곳 외에 사는 이들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사용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는 등 계정 공유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정책이 도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언론진흥재단은 남미 일부 국가의 사례에 비춰보면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시 추가 요금을 내도록 가격 정책을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이런 대응으로 "가입자 수가 늘거나 수입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존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해 오히려 총수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3∼27일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중 분석 대상이 된 1천명의 넷플릭스 시청 방식은 구독료 본인 지불 40.6%, 동거인이 공유한 계정 이용 31.9%, 비동거인 공유 계정 이용 19.7%, 계정 공유를 위한 구독료 분담 7.8%의 분포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