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야흐로 공개매수의 계절이라고 부를만합니다. 과거에는 '공개매수'가 적대적 M&A나 상장폐지를 위한 경우에나 아주 가끔 등장하던 단어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주식시장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됐습니다. 이제는 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투자 포인트로 떠오를 정도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만 SM과 한샘, 2건이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증권부 배성재 기자와 공개매수 모든 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배 기자, 먼저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공개매수가 무엇인지부터 개념부터 정리하고 들어갈까요?
<기자>
공개매수란 일반 주식시장 거래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특정기업의 주식을 주식시장 밖에서, 기한과 매수가를 정해놓고,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웃돈을 얹어서 비싸게 사들일 수밖에 없고 유통 주식 수도 줄다 보니, 통상적으로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빨리 주식을 사서 공개매수에 응해 차익을 남길 수도 있어서, 주가가 공개매수액과 비슷한 수준까지 가기도 합니다.
공개매수를 하려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는데, 빠르게 경영권을 확보하려 한다거나, 적대적인 M&A, 지주회사 체제 전환, 상장폐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들어 공개매수가 부쩍 늘어났다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과거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늘어난 것이 맞나요?
<기자>
우리나라 공개매수 역사는 자본시장육성법이 사라진 1994년부터 시작합니다. 초창기 공개매수는 대부분 경영권 탈취, 즉 적대적 M&A에서 활용됐습니다. 경영권을 공격하는 입장에선 장내에서 주식을 사서 5% 매입 공시를 띄우기보다는, 단숨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공개매수 방식을 선호한 거죠. 국내 적대적 M&A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1994년 한솔제지의 동해종합금융 인수, 1997년 샤보이호텔의 신성무역 합병 정도가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그 뒤로 여러 공개매수들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는데, 아무래도 실패 사례에 무게가 실립니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들이 대부분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끝내 목적 달성에는 실패하지만 거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는 사례들이기 때문이죠. 2003년 SK그룹과 소버린펀드, 2006년 KT&G와 칼 아이칸의 경영권 분쟁 모두 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개매수 자체보다는 적대적 M&A에 이슈가 집중됐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1월 맘스터치가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고, 9월에는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 주식을 공개매수해 지분 확보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이미 공개매수에 성공했고, SM과 한샘이 공개매수를 진행 중입니다. 제안 횟수, 성공률, 규모 등 모두 증가세라고 보입니다.
<앵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건 확실하군요.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요? 과거에 비해 투자 환경이나 상황이 달라진 게 있나요?
<기자>
정부 정책의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이르면 27년 만에 부활을 앞두고 있어선데요. 한 회사의 25% 이상 지분을 취득하려면, 50%+1주를 공개매수하라는 제도입니다. 지금은 오너 또는 대주주가 회사를 팔고 싶다면, 인수자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쏙 빠져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소액주주들은 내 주가는 그대로인데 경영자가 바뀐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되죠. 이걸 막기 위해서 정부가 1997년 IMF 당시 없앴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부활시킨 겁니다. 정부는 올해 내로 관련 자본시장법을 바꾸고, 1년 유예 기간을 둘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내년 중에는 시행될 예정인 거죠.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금융위는 이보다 더 진전된 제도 개선 방안 발표 앞두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제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 1주가 같아지는 거군요. 최근 들어서 부쩍 활발해진 주주 행동주의도 공개매수가 늘어난 중요한 요인을 꼽히는데, 실제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금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한샘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샘 대주주인 IMM은 지난해 초에 조창걸 전 회장 지분 27.7%를 주당 22만 1천 원에 사들였습니다. 당시 주가가 11만 원대였으니, 경영권 프리미엄이 2배가량 붙은 거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반 소액주주 입장에선 IMM이 주가에는 관심 없고 경영권만 얻어 간 사례인 겁니다. 이후 1년 만에 주가가 4만 원대까지 밀리면서 IMM으로서는 인수 당시 받아놓은 주식 담보대출 비율도 너무 올라버렸고, 의무공개매수도 부활을 앞두고 있다 보니, 조금 서둘러서 지분을 추가 취득하려고 나선 거죠.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해진 덕도 있습니다. SM이나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모두 처음엔 주주 행동주의로 인해 시작을 했고, 이들 외에도 KT&G나 남양유업, 일신방직 등에 주주환원책으로 공개매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이제 투자자 입장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공개매수 특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 단기적으로 주가의 호재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개매수에 응할지 말지는 결정이 쉽지 않은데 어떤 부분을 따져봐야 할까요?
<기자>
다시 한샘의 사례로 돌아가 본다면, 장기 투자를 생각하는 한샘 주주라면 굳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IMM 지분율이 다 합쳐서 28% 수준인데, 사모펀드 특성상 언젠가는 회사를 매각해야 하고, 이때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부활해 있다면 인수자는 50%+1주만큼 공개매수를 해야 하거든요. 좀 더 기다리다 보면 지금 공개매수가인 5만 5천 원보다는 높은 값에 다시 공개매수가 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처럼 공개매수액의 적절성을 따져봐야겠고, 또 공개매수에 나선 주체가 목표수량이 다 채워지지 않으면 공개매수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SM 공개매수 나섰던 하이브의 경우엔 '목표에 미달하더라도 인수하겠다'고 못 박고 시작을 하기도 했죠. 일반 주주가 판 주식이 4주밖에 안 된 것으로 집계됐지만 끝내 매수를 했습니다. 또 오스템임플란트처럼 공개매수 목적이 상장폐지라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내 주식이 비상장주식으로 전환됩니다.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까다로워진다는 단점이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에스엠의 경우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이미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도 넘어섰는데, 지금 주가에서 어떻게 판단하는 게 맞습니까?
<기자>
아무래도 하이브에서 가격을 높여 추가로 공개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하이브의 SM 보유 지분율은 지금 20%가 채 되지 않는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10% 이상의 추가 매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하이브가 SM 지분을 늘릴 방법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일부 지분을 가진 주주들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는 블록딜은 자본시장법상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즉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거나, 또 한차례 공개매수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이미 카카오 측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는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데, 대항에 대항하는 공개매수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앵커>
끝으로 앞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할 곳들이 여럿 있어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한 번 짚어주시죠.
<기자>
의무공개매수 부활 앞두고, 사모펀드가 대주주이면서 지분율이 50%가 안 되는 곳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휴젤과 하나투어인데, 각각 사모펀드의 지분율 43.2%, 28.0%이기 때문입니다. 또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지분이 낮은 곳들도 이름이 나오는데요. 수출입은행 지분이 26.4%인 한국항공우주 또한 수은이 매각에 나설 경우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의무공개매수 부활 전에 회사를 매각하려는 움직임들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래도 올해 코스닥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분 매각 사례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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