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전문업체 루닛이 공정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일 루닛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빅파마가 찾아오는 글로벌 의료AI 대장주'라는 제목으로 루닛의 기업소개와 함께 투자포인트, 밸류에이션 및 리스크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영업전망 공정공시를 하지 않은 채 보고서 안에 올해 실적에 대한 루닛측의 예상치가 담겨있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들은 향후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기 위해선 의무적으로 영업전망을 공정공시해야 한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장래계획 또는 경영계획, 매출액 등 영업실적에 대한 전망, 잠정 영업실적, 중요경영사항 등 관련 내용은 한국거래소에 먼저 신고해야 한다.
또 공정공시정보 제공자는 공정공시 대상 정보를 각종 비율 및 증감 규모 등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제공하면 안 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매매거래 정지, 불성실공시 사실의 공표 등 현행 수시공시의무 위반과 동일한 제재를 받게 된다.
실제 올해 초 실적 공시 전 내용 일부를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알려준 LG생활건강은 공정공시 의무 위반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공시 위반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가 해당 사안을 눈감아줬다는 데 있다. 공시위반 사안으로 제재에 나서야 하는 한국거래소가 양측의 소명을 들은 후 보고서에 해당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이번 사안을 마무리한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루닛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간 유선통화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루닛에선 포부를 밝힌건데, 가이던스로 오해해 제시한 것으로, 즉시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종 제재하기까지 여러 가지 경위를 보게 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것 때문이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국거래소 공시 파트에서 제재가 없더라도 시장감시나 다른 파트에서 살펴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에서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의 눈감아주기에 일각에선 LG생활건강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라는 것만 다를 뿐 공정공시 의무 발생 요건은 동일한데, LG생활건강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루닛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루닛은 상장된 시장만 다를 뿐 실적 예상과 관련한 공정공시 의무 발생 요건은 동일하다"며 "이번 사안은 한국거래소의 눈감아주기에 LG생활건강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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