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를 비롯한 암호화폐 업체의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 캐피탈이 연례 보고서 제출을 연기해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배런스에 따르면 실버게이트는 전날 늦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회사의 사업 및 재무 상태에 대한 포괄적 개요를 담은 연례 보고서인 ‘10-K’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버게이트는 10-K 보고서를 완성하는 데 2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버게이트는 “1월과 2월에 예상보다 더 많은 자산을 매각해야 했으며 이는 자본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손실과 자본이 적은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은행의 존속 자체에 대한 금융위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버게이트의 재무 불안정성 위기는 암호화폐 가격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FTX 붕괴 이후 계속해서 불거진 유동성 문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비트코인은 현재 약 5% 급락하며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뱅크런 우려에 실버게이트 ‘손절’에 나선 상태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이날 “실버게이트와의 더 이상 어떤 자금 거래도 없다”며 “실버게이트에 대한 코인베이스의 노출이 최소화되었다”고 밝혔다.
이외 팍소스, 갤럭시디지털, 비트스탬프, 크립토닷컴 등의 거래소들도 “실버게이트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회사는 어떤 손실도 직면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혹평도 잇따랐다. JP모간은 이날 실버게이트의 투자 등급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가를 철회했다.
JP모간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알렉소풀로스(Steven Alexopoulos)는 “11월 FTX의 붕괴 이후 그 여파는 엄청났으며 공매도자들은 실버게이트가 4분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의 예금 유출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일종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해 FTX 붕괴 속 주가가 95% 이상 하락한 실버게이트는 이날 전장대비 57.7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