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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아인을 만나 변한 이보영 “‘대행사’는 협업의 즐거움을 깨달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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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은 유쾌, 상쾌, 통쾌했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보영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거침없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주말 밤을 물들인 ‘대행사’에서 폭발적인 내면 연기와 변함없는 미모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이보영이 원조 스타의 건재함을 여실히 드러내며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드라마 ‘마더’ 이후 인터뷰를 처음 하는 거예요. 제가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할 얘기가 많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할 얘기가 없었어요. 행복하고 즐겁게 찍었는데, ‘이런 현장이 또 올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협업의 즐거움을 깨달은 작품이에요. 정성스럽게 재밌게 만든 느낌. 제 과거가 많이 생각났어요. 깨지면서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됐고, 연기가 너무 재밌어졌어요. 고아인이 버틴 것처럼 저도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버텨보려고요.”

이보영의 활약이 돋보인 ‘대행사’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인들의 전투극이다. 이보영은 극중 VC기획의 제작 상무 고아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처음 봤을 때 대본이 9부까지 나와 있었어요. 너무 재밌었죠. 고아인 캐릭터가 꼭 게임 캐릭터 같았어요. 한 단계씩 깨고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고아인의 대사가 내가 연기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해줘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못 된 아이지만 모두가 응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어요.”



그는 한 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내공을 쌓아온 연기가 고아인을 만나 폭발했다.

“현실에 없는 너무 드라마틱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참고를 하지는 않았어요. 있을 수 없는 캐릭터이고, 독특한 캐릭터죠. 공감이 안 가는 거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어요. 성장해 나가는 거에 대한 이해를 했어요.”

그간 주로 선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소화했던 이보영은 ‘대행사’에서 악독하고 야망 가득한 얼굴을 선보였다. 약과 술에 절어 살면서 고독한 저녁을 보내는 이보영의 모습이 낯설지만 시청자들이 응원하게 만드는 당위성을 부여했다. 이보영이 날카로운 독설과 비수로 사내 적들을 물리치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인물의 성장기도 몰입을 더하는 포인트가 됐다.

“고아인과의 공통점은 없어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속으로는 약한데 겉으로 센 척 포장하는 사람은 못 돼요. 항상 아인이가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했어요.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신이 싫었어요.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는 적막함이 싫었죠. 저도 제 나름의 사회생활이 쉽지 않지만 조직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배우며 찍었어요. 근데 진짜 조직생활을 한다면 이렇게 할 말 다 하면서는 못 할 것 같아요. 누군가 대신 판타지로 아인이가 질러주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 같아요. 말을 되게 못 되게 하는데, 또 다 맞는 말만 하잖아요.”

극 초반 소시오패스에 가까웠던 고아인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화합과 연대, 타인을 향한 응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면서 큰 폭의 성장기를 그렸다.

“고아인은 뭔가 줄도 없고 연도 없고 부모도 없고 외로운 사람이에요. 근데 주변의 인복이 많더라고요. 조언을 얻는 선배도 있고 병수 같은 오른팔도 있고.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인데 주변의 도움과 협업을 통해 깨달아가는 사람이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답게 살고 잘 사는 법을 깨달아간 인물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을 낳기 전엔 캐릭터를 떠나보내지 못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캐릭터 때문에 몇 달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프고 그랬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지금 아이들이 8살, 4살이에요. 감정을 집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요. 자연스럽게 분리의 기술이 생긴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시끄러운 상황에서 대본을 보고. 그런 기술들이 느는 것 같아요. 분리가 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아요.”



‘대행사’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수도권 기준 17.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안방극장을 울고 웃게 만든 고아인 역의 이보영이 끝까지 맹활약을 펼치며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제대로 했다.

“오피스 드라마가 처음이었어요. 작년 6월부터 시작해서 12월 30일 모든 촬영이 끝났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연기한 건 처음이었어요. 현장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상의하면서 다 같이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는 느낌으로 찍었어요. 재밌게 찍은 만큼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청률이 잘 나와서 감사해요.”

이처럼 이보영은 ‘대행사’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드는 무궁무진한 연기 변신을 확장했다.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세월이 흘러도 아름다운 외모, 패션 센스는 여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레전드를 경신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도망치고 싶었고, 현장 가기 무서웠던 시간도 있었어요. ‘이런 사회도 있구나, 이건 나의 길이 아니야’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오래 못했던 기간도 있었고, 힘든 기간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현장 공기가 좋더라고요. 뭔가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그냥 현장에 나가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연기 자체도 재밌어서 어느 순간 ‘앞으로도 잘 버티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잘 아는 이보영의 밝은 성격도 중요한 매력 포인트. ‘대행사’ 촬영 현장을 환하게 만들었다는 그의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은 보는 이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끝없이 발견되는 화수분 같은 매력은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작품은 내가 읽고 재밌는 것이어야 해요. 하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긴 해요. 그동안 내가 고른 작품은 캐릭터, 대사들이 공감되는 게 많았어요. 로맨틱 코미디를 한 적이 없어요. 대본이 안 들어와요. 되게 사연이 많게 생겼나 봐요. 항상 부모 복 없고 사연 많은 작품들만 들어와요. 제가 사석에서는 재밌는 사람인데. 3월에 드라마 ‘하이드’ 촬영에 들어가요. 다음 작품에서도 전문직이에요. 이번 작품도 잘 끝내고 싶어요.”

연기와 패션, 성격까지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이보영은 날로 레전드를 경신, 그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이에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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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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