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의 상의는 1천500만 원이 넘는 재킷과 1천300만 원짜리 시계로 치장한 푸틴 대통령을 진지하게 생각하길 거부한다는 신호이고 실패할 게 뻔한 그의 소련 재건 시도를 비웃는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발발 후 전투복으로 즐겨 입고 있는 짙은 올리브색 티셔츠가 대러 항전의 상징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옷이 됐다며 그 의미를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시종일관 군복 바지에 이 웃도리를 입은 전투복 차림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긴 팔 스웨트셔츠냐 반 팔 티셔츠냐는 그때 그때 달라지지만, 외국 정상을 만날 때도, 전선의 병사들을 격려할 때도, 외국 의회에서 연설할 때도 같은 모습이다.
이 상의는 우크라이나 의류업체 유-셔츠(U-Shirt)가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내놓은 브랜드로, 가슴에 우크라이나 국장(國章)의 일부인 삼지창이 새겨져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100달러(1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상의가 현재 세계에서 유명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치적 의상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이 티셔츠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걷은 소매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노타이(no tie)처럼 정치인의 캐주얼한 스타일 중 하나로 생각하기 쉽지만 셔츠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의미가 담겨 있고 자체가 신중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 의상의 예로 혁명가 체 게바라의 베레모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상·하의가 붙은 사이렌 슈트,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인민복 등을 들었다.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이 군인 느낌을 준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며 우크라이나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때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때 그의 복장의 단순함은 평화와 원조의 긴급함을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스타일은 푸틴 대통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그의 복장은 근본적으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단순한 옷차림이 푸틴 대통령의 과장된 남자다움을 오히려 초라하게 만들면서 푸틴 대통령을 20세기 중반의 구식 파시스트 얼간이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셔츠가 국민에게 `나는 군에 있지 않아도 군과 함께 있다`, `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나는 옷 갈아입을 시간도 양복을 입을 시간도 없다`라는 것을 각인시키며 마술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치 입문 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려면 세계의 관심을 끌 연기와 연설, 묘사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며 `셔츠`가 바로 이를 위한 완벽한 매개체임을 발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