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이 소비자들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 "고객은 뒷전"이라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왜 소비자들은 항공사 마일리지에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전효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한항공은 4월부터 장거리 항공권일수록 마일리지를 더 쓰고, 가까운 거리는 덜 쓰는 방식으로 마일리지 정책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저가 항공사가 취항하지 못해 가격이 비싼 장거리 노선에서 마일리지를 더 사용하게 하는 건 개악"이라고 반발합니다.
[미국 LA 교포: 장거리 손님들한테는 안 좋은 방식인 것 같고요, 앞으로 (항공사를) 선택하고, 포인트를 적립할 때 더 많이 쌓아야 되니까…]
소비자 적립 프로그램은 1981년 미국 항공업계에서 `마일리지`라는 형태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항공사 충성 고객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는데, 이것이 성공을 거두자 요즘은 리워드, 포인트 등의 모습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소비자 적립프로그램 가운데 항공사 마일리지 정책 변화는 특히 민감한 이슈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익숙한 형태의 적립 방식, 높은 자산가치 등이 배경이라고 설명합니다.
항공권의 경우 편도 10~12회를 이용하면 쌓인 마일리지로 편도 1회 항공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적립률로 따지면 8~10% 수준.
유통업체의 포인트 적립률이 0.1~2% 내외인 걸 감안하면 적립률 자체가 크게 높습니다.
이용빈도가 드물어 마일리지를 쌓는 기회는 적지만, 결과적으로 마일리지를 모아 받을 수 있는 보상단위는 크다보니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겁니다.
[허경옥 /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여행을 공짜로 가는 것에 대한 기쁨 이런게 크잖아요. 또 국적기의 경우는 마일리지 때문에 비행기 값이 더 비싼데도 국적기를 꼭 타요, 마일리지 누적 하려고. 기대를 오래 하고 있었는데…]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 등 정서적인 부분도 항공사 마일리지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센티먼트(정서적 요인)도 작용한 것 같아요. 해외를 가고 싶은 욕망이 잔뜩 있는데 편익을 줄이면 기분이 나쁜 거죠. 1마일도 굉장히 아깝게 생각하는 그런 게 있죠.]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쌓기 어렵다는 점도 불만을 샀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30여곳의 온·오프라인 쇼핑몰과 적립 제휴가 돼있는 반면, 대한항공은 쇼핑을 통한 적립처가 매우 적은 편입니다.
신용카드를 사용을 통한 마일리지 적립률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더 후한 편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내가 (마일리지를) 쓰고 싶기 위해서도 그 항공사를 일부러 여러번 이용한다거나, 적립되는 카드를 사용해서 열심히 돈 썼는데 내가 쓰고 싶을 때 쓰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 혜택마저도 조정하겠다고 하니…]
현재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와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을 기존 5%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마일리지 개편안의 큰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과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영상취재: 김성오, 영상편집: 강다림, CG: 조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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