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주식 위탁매매 수익이 급감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위기까지 더해지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서다.
2021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줄줄이 1조 클럽에서 이탈하고 메리츠증권만 홀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9일 지난해 영업이익이 4,409억원으로 전년대비 65.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83.7% 늘어난 23조8,904억원, 당기순이익은 5,68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지주는 매출액 24조9,636억원으로 8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905억원으로 61.2% 감소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와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 자금조달시장 위축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수수료 수익과 운용 수익이 감소했다"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증권 또한 9일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34% 감소한 96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1,260억원으로 같은 기간 75.1% 줄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 부진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와 보유자산 평가 손실로 실적이 감소했다"며 "연간으로 지속된 국내외 매크로 환경 악화가 증권업 전분야 걸쳐 비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2,0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3% 감소한 실적이다. 주식시장 침체와 시장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수탁수수료와 세일즈앤트레이닝(S&T) 부문 수익 감소에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의 4분기 당기순손실은 97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수탁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감소하고 유가증권 운용평가손실, 희망퇴직 비용 등 약 830억원(세후)의 일회성 비용을 인식한 데 주로 기인했다.
앞서 연간 실적을 발표한 대형사들도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459억원으로 전년대비 43.1% 줄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55.8%, 59.7% 줄었다.
메리츠증권만 위기 속 호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총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매출액은 57조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최근 증시 회복에 증권주들의 주가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올해도 증권업황이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주 상승세는 배당락 이전 수준으로의 되돌림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증권사의 원활한 단기자금 조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긍정적인 뉴스지만 부동산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시기 상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