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묻지마식 인해전술로 사상자 20만명에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격전지에서 하루 수백명씩 죽는다며 추산치를 제시했다. 러시아의 축소·은폐 속에 사상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서방 전문가들의 추산치는 20만명 정도다.
미국 군사정보 당국은 위성사진, 통신감청, 소셜미디어, 현장 언론보도, 공식자료 등을 토대로 전사자 규모를 산출했다. 작년 11월 미군 1인자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전쟁이 시작된 작년 2월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가 1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 국방관리들은 그 규모가 더 정확하게는 12만명 정도라고 부연했는데, 이에 따르면 최근 2개월 사이에만 러시아군 사상자가 최소 8만명 정도 늘어났다는 얘기다.
NYT는 사상자 20만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동안 나온 미군 사상자보다 8배 많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 사상자의 급증 원인으로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구사하는 인해전술이 지목된다. 우크라이나군이 광산을 자연 요새로 삼는 동부 바흐무트, 솔레다르 주변에서 러시아군은 병력을 무작정 진격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다.
러시아 병력은 기관총이 쉴 새 없이 연사되고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우크라이나군 진지 앞에 계속 밀어닥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들은 신병이나 교도소에서 용병으로 자원한 죄수 등으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 정규군을 상대하고 있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차관은 "러시아군이 대포도 떨어지고 대치할 탄약도 떨어져 대신 죄수들로 인해전술을 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급증하는 자국군 사상자 규모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자국에서 정치적 반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전을 2차 세계대전에 겪었던 `고난`과 비슷하게 여겨지도록 틀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사상자 증가로 정치적 지지가 약해지더라도 수십만명까지는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 차관도 "러시아에서 군인의 생명은 똥값이지만 어떻게 죽든 간에 죽은 군인은 영웅"이라며 "죽은 군인의 공백은 다른 군인으로 메울 수 있고 전사자 숫자는 전쟁에 대한 여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