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과 고금리 여파에 전세 가격이 크게 덜어지자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갱신요구권은 급격한 전세금 인상을 막아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 전세시장에서 세입자가 집주인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면서 종전보다 임대료를 감액해 계약을 갱신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수도권 주택의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건수는 6천574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갱신계약의 36% 수준이자, 전년 동월 대비 47% 감소한 수치다.
기존에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해도 임대인이 거절하면 갱신할 수 없었으나,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의 계약 갱신요구권이 도입됐다.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1회에 한해 행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최근 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떨어지는 역전세난 문제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는 세입자가 굳이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임대인과 협의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계약에서는 종전 임대료보다 감액해 계약을 맺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가운데 종전보다 임대료를 감액한 계약은 1천481건으로 전년 동월(76건) 대비 19배 이상 급증했다. 비율로는 갱신요구권 사용 계약의 32%가 감액계약이었고, 임대료를 전보다 깎아 갱신한 계약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갱신권을 사용한 것이었다.
감액 여부는 전월세전환율 5.5%를 적용한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전세의 월세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수도권 주택 전·월세 갱신계약 중 전세를 월세로 변경한 계약은 5천971건으로, 전년 동기(3천572건) 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며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커지자,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2년 전보다 급락한 전세 시세와 더불어 수도권에 지역별로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주택 임대시장의 감액 갱신과 갱신요구권 감소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