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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수사 장기화 불가피...상습·반복사고만 가중처벌 해야"

'중대재해처벌법 1주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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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11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발족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과 관련한 법체계를 일반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하고, 그중 상습·반복적이거나 사망자가 많은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 처벌하는 방식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위한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년간 경영계는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법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하고, 노동계는 처벌 강화만을 주장해왔다"며 "행정적 측면에서도 사후적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사가 장기화하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처벌 수준을 높여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령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경영계는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만들어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하고 노동계는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는 사후적 수사보다는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노사정 모두의 노력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법 개선 측면과 관련해선 지난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기업의 자기규율(자율) 예방 체계를 강조한 점을 언급하며 "현재 13개 유형이나 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의 특징`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송치까지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근로감독관의 업무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높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의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법 수사는 광범위한 정황증거와 간접증거의 수집, 사업장 고유의 위험요인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 의무 내용의 확인, 동종·유사 사업장의 평균적 인식과 비교한 이행 노력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이라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근로감독관 업무부담 감소, 경제적 제재 검토 필요성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611건)으로 전년 683명(665건)보다 39명(5.7%) 적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 248명(234건)보다 8명(3.2%) 많다.

근로자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오히려 늘어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사업장들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거나 예산을 투자하기보다는 경영 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 확대됐고, 의무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서류작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 이행·집행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지난 11일 발족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의 논의를 거쳐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중대재해처벌법령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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