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대도시 구도심 지역에서도 소규모 학교가 늘면서 여학생 또는 남학생만 다니는 단성(單性)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각 시·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남자학교인 장충고와 여자학교인 상일여중 등이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장충고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뚜렷한 서울 중구에 자리 잡고 있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장충고는 2020년 학생 수가 412명이었지만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363명으로 줄었다.
1979년 문을 연 상일여중은 지난해 기준 학생 수가 461명이었는데 역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어려움으로 남녀공학 전환을 신청했다.
부산에서는 영도구의 유일한 남자 공립고인 부산남(南)고가 개교 70년 만에 학교를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로 이전하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영도구 역시 부산 구도심에 있으며 인구 유출이 많은 곳이다. 부산남고는 2020년 335명이었던 학생 수가 지난해 269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부산남고는 올해까지만 신입생을 받고, 2026년 신도시로 이전해 남녀공학으로 문을 열면서 다시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과목 선택과 내신 산출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이전에 찬성한 데 비해, 다른 주민들은 부산남고 이전으로 지역 교육 인프라가 나빠지면 지역 소멸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81년 개교한 울산 중구의 공립 남자고교인 울산중앙고도 올해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
울산중앙고 역시 학생 수가 2020년 449명에서 지난해 376명으로 급감하는 등 학령인구 감소와 도심 인구 공동화 현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처럼 학생이 줄면서 학교들이 `살길`을 찾아야 하는 현상은 농산어촌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육개발원(KEDI) 누리집에 실린 `우리나라 소규모학교 특성변화와 추이분석` 보고서를 보면 도심공동화로 소규모화가 진행된 `구도심 소규모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당 학생 수가 2012년 362.32명에서 2020년 211.79명으로 41.53% 급감했다.
같은 시기 산간벽지 `고립형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 수가 31.19명에서 20.03명으로 29.3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가파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전에는 생활지도를 위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학생 수 감소와 통학 거리 문제 때문에 공학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