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영향으로 주요 선진국의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 직전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글로벌 의료체계 붕괴: 지금은 심장마비 걸릴 때가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각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병원 자체 통계 등을 분석, "선진국의 의료시스템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붕괴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작년 9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요 20개 선진국에서 자국의 의료기관 서비스에 대해 `좋다`, `매우 좋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영국은 이 비율이 5%포인트 하락했고, 캐나다는 10%포인트, 이탈리아는 12%포인트 추락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팬데믹 이전에는 뇌졸중, 심장마비 등 응급환자의 구급차 대기 시간이 평균 20분 정도였지만, 최근 1시간30분으로 늘었다. 캐나다에서는 진료 의뢰 후 실제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간값이 6개월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는 2022년 3분기 응급실 이송까지 대기시간이 30분 이상인 환자가 전체의 25%에 달했다. 2년 전에는 11%에 그쳤었다. 스위스에서는 코로나19 최대 유행기보다 중환자실 병상 여유분이 더 줄었다. 독일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싱가포르에서는 기초 의료기관인 폴리클리닉에서의 평균 진료 대기시간이 2년 전에 비해 4시간이 늘어난 13시간에 달한다.
이런 의료기관의 붕괴로 `초과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사망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2022년 유럽에서 월간 사망자 수가 통상 예상치보다 10% 이상 많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의 주간 사망자 수는 지난 9월 이후 꾸준히 통상 예상치의 10% 이상을 웃돌고 있다. 12월 초에는 이 수치가 23%에 달했다.
이런 모든 상황의 근본 원인은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팬데믹 이후 의료기관에 가해진 부담을 원활하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의료기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이런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폭발하는 의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된 이후 사람들은 팬데믹 기간에 참았던 의료 기관 방문 욕구를 마음껏 해소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팬데믹 기간 약해진 면역력 탓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등 각종 질환 환자 수가 급증한데다 팬데믹 기간 진료를 미뤘던 환자들이 더 진행된 질환을 갖고 병원을 찾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집중되면 다른 환자의 서비스질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이제는 항상 존재하는 풍토평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팬데믹 이전의 의료체계가 마지막 황금기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