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관간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등으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안전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기관간Repo 거래금액은 개시거래 기준 2경 5,439조원으로 전년 대비 9.1% 늘었다. 같은 기간 일평균잔액은 149조 2천억원으로 18.0% 증가했다.
예탁원은 "성장세는 3분기 이후 두드러졌는데, 이는 기업어음(CP)시장 등 타 단기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Repo시장으로의 자금수요 집중,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정책 시행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래기간별 일평균잔액은 1일 93조 4천억원(62.5%), 7∼10일 25조 7천억원(17.2%), 10일 초과 21조 9천억원(14.7%) 순이다.
1일 비중은 전년 대비 감소(68.2→62.5%)한 반면, 7일 이상 비중은 증가(26.2%→31.9%)했다. 예탁원은 현금성자산 의무보유 제도의 영향으로 봤다. 해당 제도는 Repo 매도 시 일정비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거래기간에 따라 보유비율을 차등 적용한다. 특히 7일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보유비율 0%를 적용한다.
기관간Repo의 업종별 거래규모는 일평균 매도잔액(자금차입) 기준 국내증권사 61조 1천억원(40.9%)으로 가장 많았고, 자산운용사 44조 5천억원(29.9%), 국내증권사 신탁분 18조 3천억원(12.2%) 순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매수잔액(자금대여) 기준으로는 자산운용사가 47조원(31.5%)으로 가장 많았고, 국내은행 신탁분 38조 5천억원(25.8%), 국내은행 19조 9천억원(13.3%)이 뒤를 이었다.
보험업권의 경우 11월 말 금융당국의 퇴직연금(특별계정) Repo매도 규제 완화로 12월 Repo매도가 크게 증가했다.
예탁원은 "퇴직연금(특별계정) 차입한도 한시적 완화 및 Repo매도 허용 명확화 조치에 따라, 보험사들의 Repo거래를 통한 유동성 확보가 가속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예탁원은 기일물(2일 이상) 거래의 편의를 높이고 참가자의 관련 규제 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새로운 상품인 한국형 `Evergreen Repo` 거래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는 거래기간을 사전에 정하고, 거래 당사자 일방의 종료신청이 없는 한 자동으로 롤오버(만기연장)되는 거래다.
예탁원은 "기일물 거래잔액과 잔존만기를 자동으로 일정히 유지할 수 있어 거래만기 관리 및 거래기간 관련 규제 대응에 용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