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에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거 투입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상위 10개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천231억6천만달러로 전년 말(4천631억2천만달러) 대비 399억6천만달러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2008년(-610억달러) 이후 14년 만이다.
그 이전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던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128억달러)이었다.
외환보유액 감소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에 나서면서 달러화를 시중에 풀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외환보유액이 200억달러 가까이 주는 등 8∼10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외환보유액 4천억달러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외신인도 타격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외환보유액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2021년 말 기준 외환보유액 상위 10대 국가 중 약 1년 후인 지난해 11월 말까지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만뿐이었다.
이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액은 4천548억달러에서 4천710억달러로 162억달러(3.6%), 대만은 5천484억달러에서 5천522억달러로 38억달러(0.7%)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늘었고, 대만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외환시장 규모로 인해 정부 개입이 덜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8개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모두 감소했는데, 이중 우리나라의 감소폭(-470억달러)이 가장 작았다.
외환보유액 세계 1위 중국은 이 기간 3조2천502억달러에서 3조1천175억달러로 1천327억달러, 2위 일본은 1억4천58억달러에서 1억2천263억달러로 1천795억달러 줄었다.
3위 스위스는 1억1천100억달러에서 9천59억달러로 무려 2천41억달러 감소했다.
인도 -804억달러(6천336억달러→5천532억달러), 러시아 -633억달러(6천306억달러→5천673억달러), 홍콩 -737억달러(4천969억달러→4천232억달러) 등도 우리나라보다 감소폭이 컸다.
싱가포르는 2021년 말에만 해도 4천179억달러의 외환보유액으로 10위에 위치했지만, 지난해 11월 말에는 3천억달러 이하로 내려가 10위권에서 탈락했다.
감소율로 비교해봐도 우리나라는 -10.2%로 스위스(-18.4%), 홍콩(-14.8%), 일본(-12.8%), 인도(-12.7%) 등보다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10%)는 비슷했고 중국(-4.1%)은 감소율 기준으로는 우리나라보다 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