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륙에 작년 연말 `겨울 폭풍`이 몰아쳐 동부에 대규모 폭설 피해를 낸 데 이어 이번엔 서부에 거대한 폭풍우가 상륙했다.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강한 바람과 대량의 비를 머금은 폭풍이 들이닥쳐 정전과 도로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의 정전 현황 집계 사이트(poweroutage.us)를 인용해 이번 폭풍우 영향으로 캘리포니아 내 17만4천여 가구와 업소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베이 북쪽 페어필드에서는 폭풍우로 인한 교통사고로 1명이 숨졌다고 지역 신문이 보도했다. 숨진 운전자는 도로에 고인 물 탓에 주변 전신주를 들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저녁까지 캘리포니아 북부 9개 카운티에 홍수 특보가 내려졌다. 또 이날 밤사이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폭풍이 절정에 이르고, 샌타바버라와 벤투라 카운티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수십편이 취소됐으며, 샌프란시스코 교외 지역의 학교들은 다음날 휴교하기로 했다.
서부 해안 `빅서`(Big Sur)를 관통하는 1번 고속도로(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의 45마일(72㎞) 구간은 침수와 낙석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저녁부터 폐쇄됐다.
샌프란시스코 교통국은 기상 상황을 고려해 5일까지 케이블카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재난 대응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비상대책본부 낸시 워드 국장은 "이번 폭풍은 최근 5년간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폭풍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축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특히 2018년 산사태로 23명이 사망한 몬테시토 등 해안가 위험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또 북부 전역 주민들에게 도로로 나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풍우가 미 서부에 최근 영향을 주는 3개의 `대기천`(대기 중 대량의 수증기가 강처럼 긴 띠 형태로 움직이는 현상) 중 하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처럼 길게 형성된 공기층을 따라 태평양의 습기가 육지로 공급되면서 많은 비를 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현상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캐나다 서부 등지에서 폭우와 수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상 미 서부에서 겨울철 강우는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폭우로 각종 피해를 내면서 기후 재해가 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가 수년에 걸친 가뭄과 폭우·홍수를 오가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