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올해 초 뉴욕증시 예상이 실제와 얼마나 비슷했는지 알아보니 불행히도 장밋빛 낙관론이 우세하던 작년 이맘때 관측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급으로 크게 전망이 빗나간 한 해였다고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022년 말 5,100선에서 마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보다는 비관적이었지만 모건스탠리의 전망치도 4,400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해 마지막 거래일을 이틀 앞둔 28일 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1.20% 하락한 3,783.22에 거래를 마쳐 3,800선마저 내줬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10%, 1.35%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의 이날 종가는 10,213.29로 10,000선이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남은 이틀간 극적인 급반등이 없는 한 올해 뉴욕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 유력하다.
작년 12월 주요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중 올해 뉴욕증시가 14년 만에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 결과 2002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20년간 월가 전문가들의 이듬해 주가지수 목표치 전망과 실제 지수 사이의 평균 격차는 8.3%에 이른다.
애널리스트들은 실제 결과보다 주가지수를 높게 전망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20년 중 13차례나 실제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고,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경우는 7차례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지난 15년간 월가 전망치와 실제 주가지수 사이의 괴리가 가장 큰 해가 될 전망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작년 말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지수를 실제보다 거의 40% 높게 예상한 셈이 된다.
불행히도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 사이 통상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산타 랠리`도 올해는 보기 힘들어졌다.
CNN은 "산타클로스는 북극으로 돌아갔다. 우리 마을에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관측이 예년보다 더 크게 빗나간 것은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 예상보다 장기화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발 공급망 차질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등 연준의 초강경 통화긴축이 내년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관측도 연말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경기침체 정도가 경미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돌발 변수에 대비해 작년보다 신중한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CNN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들의 2023년 말 S&P 500 지수 전망치는 4,000 안팎으로 수렴된다. 바클리가 3,725, 씨티그룹이 3,900,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가 4,000, JP모건이 4,200을 각각 제시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내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CNBC방송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4분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80% 이상이 내년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상반기 중 발생할 것이란 응답과 하반기 중 발생할 것이란 응답이 각각 43%로 같았다.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CFO는 10%에도 못 미쳤고, 절반 이상의 CFO(56%)는 다우 지수가 30,0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기업 지출과 인력을 줄이겠다고 답한 CFO는 4분의 1 미만이고, 나머지는 내년에도 지출과 고용을 유지 또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