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투약 비용이 350만달러(약 44억원)에 이르는 혈우병 치료제를 비롯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들이 잇따라 당국의 승인을 받아 출시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유럽 보건당국은 지난 8월 이후 환자 1인당 1회 투약 비용이 200만달러(약 25억원) 이상인 희소 유전병 치료제 총 4종을 승인했다.
이 중 미 식품의약국(FDA)이 가장 최근 승인한 호주 제약사 CSL의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는 투약 가격이 350만달러로 역대 가장 비싼 약이다. 이 밖에도 미국 제약사 블루버드 바이오의 희소 소아 신경질환 치료제인 `스카이소나`(Skysona)는 투약 비용이 300만달러(약 38억원), 같은 회사의 유전성 혈액질환 치료제 `진테글로`(Zynteglo)는 280만달러(약 35억원)다.
앞서 2019년 FDA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는 1회 투약 비용이 210만달러(약 26억원)다.
1회 투입 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들 신약은 결함 있고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고치기 위해 기능성 유전자를 환자에게 투입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이들 제약사는 희소 유전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이 같은 기능성 유전자를 주입함으로써 병을 한 번에 완치하거나 수년간 지속하는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환자들이 기존의 치료법을 평생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유전자 치료법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B형 혈우병 환자는 미국 내에 6천명이며, 이 중 1천900명은 혈액 응고를 촉진해 출혈을 멈추게 하는 `제9 응고인자`가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제9 응고인자를 평생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주기적으로 투여받아야 한다.
그러나 CSL사에 따르면 헴제닉스를 투여하면 환자가 제 9응고인자를 스스로 만들게 돼 장기간의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유전자 치료제는 대부분 환자 수가 적은 질병이 대상이라 투약 비용이 많이 들어도 건강보험사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희소 질환용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가 잇달아 출시되자 건강보험사들은 이처럼 거액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은 한 번의 치료로 지속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값비싼 치료법보다는 오래되고 반복적이며 만성적인 치료법에 따른 비용 지급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고가의 유전자 치료법이 더 많이 도입되면 특히 해당 의약품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될 경우 보험료와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에만 약 30종의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보험사들은 유전자 치료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미국 보험사 시그나는 환자들이 사후 정산 비용 없이 유전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매달 수수료를 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유전자 치료가 새로 도입된 것이라서 보험사들이 이들 신약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보험사 포인트32헬스의 마이클 셔먼 의료 총책임자는 일부 유전자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다른 약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추가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