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 대안으로 등장하며 열풍이 일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이 잇달아 사라지고 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우선 IPO를 통해 자금을 모은 뒤 차후 비상장사를 인수·합병한다. 설립 후 2년 이내 비상장사와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스팩들이 최근 급격히 청산되고 있다며 그 인기가 끝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팩정보 제공업체 스팩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이번 달 초부터 미국 증시에서 약 70개의 스팩이 청산한 뒤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줬다. 이는 그 이전까지 역사상 시장에서 청산된 스팩의 전체 개수보다도 많은 것이다.
스팩 설립자들은 청산으로 이번 달에는 6억달러(약 7천660억원), 올해는 총 11억달러(약 1조4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에 일반적인 IPO의 대안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실패로 끝났다.
스팩의 특징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인수·합병에 참여하고 싶지 않으면 주식을 팔고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는 투자자들이 큰 수익률을 기대했고, 이미 스팩주의 주가가 올랐다면 즉시 매도했다.
그러나 이제는 투자자들이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에 철수하면서 스팩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감소했다.
뒤늦게 설립된 스팩은 거래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는 오르면서 신규 상장 시장이 얼어붙었고, 2년 안에 합병해야 하는 기한을 스팩들이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아직 M&A 대상을 찾지 못한 스팩이 400개 가까이 되며 이들의 자금 규모는 1천억 달러(약 127조 원)에 달한다.
마이클 올로게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스팩 약 200개가 청산되면 설립자들의 손실은 20억달러(약 2조5천50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스팩 합병을 발표하는 스타트업의 1곳당 평균 기업가치도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5천500억원)에서 이번 분기 4억달러(약 5천1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아울러 합병 합의에는 도달했으나 완료되지 않은 스팩은 약 150개로, 자금 규모는 250억달러(약 31조9천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스팩 청산 손실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