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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 녹인 나이키 '훈풍'…"하락장 이기는 건 실적뿐" [GO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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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조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간밤 뉴욕 증시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날보다 3대 지수의 상승폭도 1.5% 안팎으로 더 커졌고요.

그동안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사라졌다고 봤는데, 어떤 요인이 시장을 움직였습니까?

<기자>
먼저 어제 실적을 발표한 나이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전날 시간외 거래부터 들썩이더니 12% 넘게 급등했는데요.

나이키의 2분기(9~11월) 매출은 133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17%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물론 월가의 전망치인 125억7000만달러도 웃돌았구요.

이번 매출 성장은 코로나 이후 소비가 급증했던 2021년 4분기를 제외하면 10여년만에 최고 실적이란 분석입니다.

주당순이익, EPS 역시 85센트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나이키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나이키 뿐 아니라 풋라커, 룰루레몬, 언더아머 등 다른 스포츠 의류 업체들의 주가도 함께 끌어올렸습니다. (풋라커 9.6%, 언더아머 4.5%, 룰루레몬 3.1%)

<앵커>
지난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비롯한 쇼핑 대목에도 `미국인들의 소비가 줄었다`는 지표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또 큰 시장인 중국도 `제로 코로나`에서 이제 벗어나기 시작했고요. 나이키가 유독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매출 성장률은 온오프라인 모두 골고루 좋았는데요.

존 도나호 나이키 CEO가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핵심 키로 꼽은 것은 디지털 부문이었습니다. 도나호 대표의 전문 분야죠.

존 도나호 대표는 전 이베이 CEO와 페이팔 홀딩스 의사회 의장으로 활동한 IT 전문가입니다. 2020년 나이키가 CEO로 영입했을 때만 해도 제조업 경력이 전혀 없어서 `예상 밖의 인물`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죠.

취임 이후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완전히 다시 짠 것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디지털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5% 늘면서 계속 고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월가에서는 결국 나이키의 대규모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물가 상승에 민감한 고객들의 지갑을 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재고율(43%↑)을 주목했는데요.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올 연말과 내년 1분기까지 재고 소진을 위한 프로모션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 시장만 안정을 찾는다면 실적 개선 속도가 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적 발표 이후 제프리스와 RBC캐피탈 등은 나이키에 대한 목표가를 각각 140달러, 127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앵커>
뉴욕증시가 연준보다는 개별 기업 실적이 영향력을 갖는 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는데, 실제 그렇게 흘러가는 모습이네요.

세계 경기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페덱스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시장 예상 만큼 좋지는 않았는데, 주가가 올랐네요. 왜죠?

<기자>
일단 실적보다 이날 발표한 비용절감 계획에 시장이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9월, 페덱스는 항공편 배송 축소, 일요일 배송 중단, 일부 사무실 폐쇄 등을 통해서 27억 달러 비용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죠.

이번에는 여기에 10억달러 비용을 추가 삭감해서 총 37억달러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당장 1월부터 평균 7% 정도의 배송료 인상도 실시한다고 하면서, 수익 개선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실적을 보면 매출은 228억달러로 월가 예상(237억4000만달러)에 다소 못 미쳤고, 순이익은 3.18달러로 전망치(2.82달러)를 소폭 웃돌았는데요. 지난해(4.83달러)와 비교하자면 주당순이익도 큰 폭으로 떨어진 모습입니다.

페덱스의 실적 부진은 결국 전 세계 물동량이 줄었다는 뜻이죠.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도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날 크루즈업체 카니발도 실적을 발표했는데, 분기 주당 손실이 예상보다 줄었다는 소식에 4% 넘는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틀간 뉴욕증시 상승 흐름에 대해 CFRA 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전략가는 "일종의 과매도 상태였던 시장이 반등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며, "이 (상승장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반짝 상승으로 그칠 수 있다는 거군요.

나이키 실적은 소비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긴 하지만, 페덱스는 앞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마냥 좋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를 키우기도 하는데요.

월가에서는 어닝시즌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긴 합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이번 4분기 S&P500 기업들의 수익이 전년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이 경우 2년여만에 전분기대비 하락 전환이 되는 셈입니다.

또 2023년 이익 성장률은 4.7%로 올해 추정치 5.7%보다 1%포인트 낮아져,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크레딧스위스의 조나단 골럽 미국 주식 전략총괄은 "기업의 가격 결정력, 임금 비용 등 결국 기업 실적의 모든 요인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고요.

마이크 윌슨 모간스탠리 CIO 역시 "내년에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작지만, 2008~2009년처럼 기업 실적이 침체될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내년 미 증시에 대한 전망도 봐야겠는데,

사실 올해 월가의 전망이 제대로 틀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월가가 예상했던 2022년 S&P 500 지수 전망치 평균과 현재 수준에는 무려 40%가 차이가 나는데요.

마켓워치는 이를 92% 괴리를 나타냈던 `2008년 이후 가장 큰 실수`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1년 전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S&P 500 지수 전망치는 5,200선대였는데, 21일 종가는 3,878선에 그치고 있죠.

<앵커>
아무래도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상치 못했으니까요.

문제는 내년일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월가에서 내놓는 2023년도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좀 차이가 나는데요.

마켓워치가 18개 글로벌 IB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년 S&P 500 전망치를 보면 가장 낮은 예상은 3,400선을 제시한 BNP파리바이고, 소시에테제네랄과 바클레이즈 역시 지금보다 낮은 3,600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3,900)와 골드만삭스(4,000)의 전망치도 현 수준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도이체방크는 4,500선을 보고 있구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주식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4,500으로 나와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앵커>
그만큼 내년 주식시장 예측하기가 어려워보이는데, 미 증시 올해 전체적인 정리와 내년 전망은 다음주에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죠.

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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