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배터리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IRA의 다양한 인센티브가 미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깨우면 K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배터리 얼라이언스` 회의에서 "현재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4%에 불과해 3대 전기차 시장(EU·중국·미국) 중 가장 낮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침투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44%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IRA를 비롯한 탈중국 공급망 정책으로 증가하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상당 부분이 국내 배터리 기업을 통해 충당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6.5%에서 2025년 69%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제도를 활용해 2025년까지 19조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원은 "2025년까지 배터리 3사가 미국에 건설하려는 공장의 총투자비는 4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초기 투자비의 절반가량을 공제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세액 공제의 구체적 지급 요건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IRA를 계기로 한국 기업이 장기 계약을 통해 핵심 광물들을 미리 확보하고 배터리 공급망 수직 계열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시장 지배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광물 계약은 보통 단년보다 중장기 계약 형태로 체결해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기존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우선권을 갖게 된다"며 "또 기존 기업들은 장기 계약·합작투자·인수합병 등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 수직 계열화를 추진하면서 경쟁 업체들보다 안정적으로 핵심 광물·소재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민관이 함께 이차전지 산업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달 1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3차 원탁회의를 계기로 출범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