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정부가 내년에는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세제 정상화에 나선다.
연말 일몰을 앞둔 승용차 개소세 인하의 경우 내년 세입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연장 여부를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역대 최대 폭인 유류세 37%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인하 폭을 줄여나가면서 적어도 내후년부터는 세율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계획이다.
인하 폭은 현재 37%에서 직전 인하 폭인 30%·20%로 우선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연료 수요가 큰 동절기에는 유류세 인하 폭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후 유가 동향을 주시하며 인하 폭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휘발유·경유 등 유류별 유류세율을 차별적으로 환원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아직 가격 수준이 높은 경유에 대해서는 30∼37%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하되, 최근 가격이 상당 부분 안정된 휘발유는 인하 폭을 이보다 큰 폭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유류세 인하 환원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유류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4∼8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천611.1원으로 전주보다 15.1원 내렸다. 휘발유 가격은 주간 단위로 13주째 하락을 기록했다. 경유 평균 판매가의 경우 1천845.7원으로 휘발유보다는 높았지만, 그래도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내 유류 가격의 선행지표인 국제유가 역시 경기 침체 우려의 영향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3.4달러 내린 배럴당 76.7달러로 집계됐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전망한 내년 연간 국제유가 전망치(평균)도 8월 집계 기준 배럴당 100달러에서 11월 94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역시 중요한 고려 요인 중 하나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교통·에너지·환경 세수(9조4천억원)는 작년 동기 대비 34.1% 급감했다.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그만큼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20% 인하했고, 올해 5∼6월 30%로 인하 폭을 확대한 데 이어 7월부터 연말까지는 37% 인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역시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조치의 경우 내년 세입 예산에는 일단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내년부터는 개소세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세수를 전망했다는 의미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개소세 인하 조치는 올해 말 일몰과 함께 약 4년 6개월 만에 종료된다. 다만 갈수록 내수가 가라앉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개소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인하 연장 여부를 놓고 막판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1년 6개월간 승용차 개소세를 30% 인하했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상반기에는 인하 폭을 70%로 올렸다. 이후 2020년 하반기에는 인하 폭을 30%로 되돌렸으나 이후에도 6개월 단위로 연장을 지속해 올해 연말까지 인하 조치를 계속하기로 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