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평소 스토킹하던 여성을 따라가 살해한 전주환(31)이 첫 정식 재판에서 "정말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법원은 전씨에게 어떤 형벌이 적합할지 판단하기 위해 숨진 피해자의 아버지를 다음 달 공판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뒤 재판을 끝내기로 했다.
전씨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박사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사건 첫 공판에서 "제가 정말 잘못했음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속죄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전씨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올해 9월 14일 이전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한 동기는 살인 목적이 아니라 (스토킹 사건을) 합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씨의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 증인으로 피해자의 아버지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검토 끝에 신청을 받아들였다. 피해자 아버지는 12월 13일 공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심리 상태나 범행 동기, 재범 위험성 등 일반인이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증인으로 검토해달라"고 검찰에 당부했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공판에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사건 현장인 신당역 화장실 근처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비롯해 전씨 측이 동의한 증거들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피해자가 화장실 안에 들어가자 전씨가 한 손에 준비한 흉기를 든 채 머리에 샤워 캡을 쓰는 모습이 담겼다.
전씨가 한 차례 피해자를 놓친 뒤 계속 근처에서 기다린 끝에 화장실에 따라 들어가는 모습도 담겼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가가 대화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전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하면서 "피고인은 스토킹 혐의 재판에서 변론 종결 당시 `인생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고 피해자가 미워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구형을 듣고 `너 죽고 나 죽고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과 의사들은 피고인이 심신미약이라고 볼 수 없고 계획적인 범행을 실행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올해 9월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피해자의 신고로 앞서 기소된 스토킹 사건에서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보복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사망한 뒤 열린 스토킹 범죄 선고 공판에선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