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외국 VIP의 방한이 잇따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데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해외 주요 인사들이 반도체 분야 협력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18일 재계와 스페인 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열린 조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서울로 이동, 오후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났다.
스페인 총리실은 전날 홈페이지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방문 사실을 소개하며 "삼성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적인 다국적 기업 중 하나"라며 "(삼성과의) 회담은 내일(18일) 이재용 회장과의 회동으로 계속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공식 오찬 등 일정을 소화한 뒤 이 회장과 따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경제 회복·전환을 위한 전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반도체 분야에 120억 유로(한화 약 16조7천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5㎚(나노미터) 이하 설계회사 설립과 시범생산라인 가동, 스페인 내 반도체 공장 설립 등을 주요 투자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산체스 총리는 전날 1시간가량 평택사업장 반도체 1라인(P1)을 둘러보고 경영진과 면담한 데 이어 이날은 이 회장과 직접 만나 스페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전략과 구상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투자와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회장과의 만남 자체는 길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의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양국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양국 정상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함께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로, 이 회장은 올해 6월 유럽 출장 당시에도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차담회에서도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최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의 숙소인 롯데호텔로 이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 등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와 1시간 30분가량 차담회를 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희망하는 만큼 총사업비 5천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과 투자 기회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서로 마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차담회에 앞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이 회장은 다른 총수들과 함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 등 사우디 측 인사들과 1시간가량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기업인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정관계 리더들에게로 확장되고 있다"며 "글로벌 IT 기업 총수이자 민간 외교관으로서 향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